미래에셋증권은 2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69% 급증한 1조9052억원을 기록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시장 추정치(1조4539억원)를 4500억원 이상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두 분기 연속 순이익 1조원을 넘어선 것은 미래에셋증권이 최초다. 분기 세전이익도 2조52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6.1% 늘었다.
2분기 미래에셋증권 순이익은 증권업계를 넘어 금융권 전통 강자인 5대 은행마저 압도했다. 은행권 1위 신한은행의 2분기 순이익은 1조3015억원으로 미래에셋증권보다 6000억원 이상 적었다. 국민은행(1조1240억원) 하나은행(1조213억원) 우리은행(8427억원) 농협은행(6052억원)도 미래에셋증권에 못 미쳤다.
6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스페이스X 효과가 컸다. 미래에셋증권의 세전이익 가운데 스페이스X 관련 평가이익이 1조6242억원으로 64.2%에 달했다.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절반 이상일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했다. 여기에 자산관리(WM), 연금, 브로커리지, 트레이딩 등 주요 사업과 해외 법인이 고르게 성장하며 힘을 보탰다. 시황에 따라 실적이 출렁이는 증권사 특유의 ‘천수답 구조’를 깨고 자기자본투자(PI), 투자은행(IB), 자산운용 등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로 탄탄한 수익 기반을 입증했다는 분석이다.증권업계에서는 약 10년 전 대우증권을 품에 안으며 “금융·투자시장 판도를 바꾸겠다”고 한 박현주 회장의 비전이 실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콘퍼런스콜에서 “스페이스X 성과를 제외하고 보더라도 미래에셋증권의 경상적인 이익 창출력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증시 활황에 수수료 수익 189%↑, 해외법인 이익도 474% 치솟아
2015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산업은행이 미래에셋 컨소시엄을 대우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발표한 이날,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단순히 두 개의 증권사를 합치는 것을 넘어 자산운용업계 1위 미래에셋과 투자은행(IB) 및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 1위 대우증권의 시너지로 금융업 판도를 바꾸겠다는 포부였다.
당시 미래에셋증권의 연간 순이익은 1700억원 수준이었다. 2900억원대인 대우증권을 합쳐도 5000억원에 못 미쳤다. 대우증권 인수가 ‘승자의 저주’로 끝날 것이란 회의론도 잇따랐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올해 2분기 미래에셋증권은 순이익 1조9052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증권사 최초로 5대 시중은행을 모두 제치고 금융권 순이익 1위에 올랐다. 박 회장의 도전이 마침내 숫자로 증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페이스X를 제외한 나머지 부문도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2분기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증시 거래 대금 증가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189% 늘어난 6256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로도 36% 증가했다. 트레이딩(8369억원·기타금융손익 포함)과 자산관리 수수료(WM·1310억원)도 1년 전보다 각각 75.7%, 73.1% 증가했다. IB 수수료(428억원)는 전년 동기(496억원) 대비 소폭 줄었으나, 전 분기(260억원) 대비로는 반등했다.
고객자산(AUM)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2분기 말 기준 국내외 AUM은 784조원으로 지난 1분기보다 124조원 증가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251조원 늘었다. 연금 자산도 8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1년간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율은 60%로, 시장 평균의 2.5배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이강혁 미래에셋증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연금 자산 증가가 수익 성장 속도를 끌어올리는 ‘스노볼’ 성장 구조를 계속해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법인 세전이익은 6091억원으로 1년 전(1061억원)보다 474% 급증했다.
그러나 스페이스X의 중장기적 성장성을 감안하면 주가와 실적에 확실한 ‘프리미엄’이 될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CFO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스페이스X가 분기 단위로는 향후 수익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도,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겠지만 연 단위로는 상당한 수익 기여를 할 것”이라며 “이미 취득원가 기준 4배 이상의 수익이 발생한 성공적인 투자이고, 회사의 잠재력을 볼 때 손익변동성은 일시적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스페이스X 보유 지분에 대한 회계 재분류 등 추후 이익 변동성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의 눈은 이제 세계 시장을 향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글로벌 투자 플랫폼 ‘MAPS’를 미국, 싱가포르 등으로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래에셋증권은 정규장에서 전일 대비 2.82% 상승한 3만6500원에 마감했다.
이선아/강진규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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