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군 위안부를 '일본군과 동지적 관계' 등으로 묘사해 논란을 빚은 책 '제국의 위안부'의 저자 박유하 세종대학교 명예교수가 배우 하영을 둘러싼 친일 논란을 "친일 강박증"이라고 주장했다. 하영의 증조부인 의사 안상호의 이력을 두고 친일 행적을 단정하기보다 당시 시대적 배경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다.
박 교수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친일 강박증'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하영의 증조부와 조부의 이력을 거론했다.
박 교수는 안상호 씨에 대해 "나무위키 설명만 봐도 문제의 안상호는 단순히 친일로 몰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는 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의 첫 번째 양의'라는 타이틀은 그가 조선의 문명화·근대화를 상징하는 인물임을 말한다"며 "대한제국 1호 국비유학생이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런 그가 귀국 후 순종의 주치의가 되었다는 건 당연한 수순이고 그 명예에는 당연히 부도 따라왔을 것"이라며 "친일로 쌓은 명예라기보다 스스로의 실력과 국가의 지원으로 의료계 개척자가 되었던 이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안상호 씨가 이완용을 치료했다는 점을 두고 제기된 비판에 대해서는 "이완용을 치료했다며 비난하는 이도 있던데 이완용 아니라 서민이라도, 가능하다면 그에게 치료받고 싶었을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인사들의 행적을 일률적으로 친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일제치하에서 정치·경제·문화·교육 모든 분야에서 리더 위치에 있었던 사람은 구조적으로 친일파일 수밖에 없다"며 "그들의 존재를 모두 부정한다면 일제시대 내내 인재를 키우지 말아야 했다는 얘기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시대 내내 조선인 정치가도 조선인 사장도 조선인 학교장도 존재하면 안 되었다는 얘기가 되고, 그들의 존재를 전부정하는 이들은 일본인의 지배를 직접 받고 싶었다는 얘긴가"라고 반문했다. 하영을 비판하는 이들을 향해서는 조상들의 행적을 자신 있게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주장도 내놨다.
박 교수는 "거슬러 올라가면 일본인 조상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수십만 명이 모였다는 지원병 지원자들 속에 당신의 조부가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 "그 조부는 이름에 남은 '상놈' 흔적을 없애려고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 창씨개명 신청을 했을지도 모른다"며 "사실 여부를 떠나서 그런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래야만 규탄부터 하고 보는 당신의 폭력이 한 사람을 사정없이 죽이는 걸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순결 강박이 이 모든 걸 만든다"며 "식민지화된 사실조차 부정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식민지화의 흔적을 눈에 불을 켜고 찾아내려 하는 것부터 모순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편 배우 하영은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해 증조할아버지부터 이어진 '4대 의사 집안'이라고 소개했다. 이후 하영의 증조부가 의사 안상호 씨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일제강점기 행적을 둘러싼 친일 논란이 불거졌다.
(사진 = 연합뉴스, 뿌리와이파리, 박유하 페이스북,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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