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 쏠림 탈피, 중기채·금반지로 방어막 쳐야”

입력 2026-08-18 10:26  

[인터뷰 : 브이아이자산운용]



2011년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에서 점유율 35%를 쓸어 담으며 승승장구하던 매니저가 있었다. 그러나 2013년 5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테이퍼 텐트럼(자산 매입 축소 발작)’이 시장을 습격했다. 기회라 생각했던 레버리지 투자는 불과 보름 만에 감당할 수 없는 손실로 돌아왔고 6월 말 그의 의사와 상관없이 기계적 손절매가 나가고 말았다.

벼랑 끝에 선 그는 7월 한 달간 누구도 만나지 않은 채 홀로 10페이지짜리 반성문을 썼다. 3개월간 매매를 전면 중단하고 뼈를 깎는 심정으로 운용 시스템을 재정비했으며 이듬해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13년이 지난 2026년 8월 당시의 주인공이자 현재 브이아이자산운용의 투자전략을 총괄하는 박기웅 CIO가 자신의 쓰라린 치부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7월의 참혹한 장을 겪으며 13년 전 자신의 모습처럼 공포와 조급함에 휩싸여 있을 투자자들에게 뼈아픈 실전 조언을 건네기 위해서다.

박 CIO는 지금이 손실을 빠르게 회복하려는 조급함을 버리고 포트폴리오를 재배분해 변동성에 대비해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한다.

지난 8월 4일 하반기 증시의 본질을 진단하고 생존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브이아이자산운용의 핵심 운용진 3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박기웅 CIO(전무)를 필두로 백상훈 멀티전략운용본부장, 김정엽 책임투자운용팀 과장의 이야기를 종합해 2026년 하반기 투자 방향을 진단했다.
7월 폭풍우의 본질은
2026년 7월 한국 증시는 초유의 지각변동을 겪었다. 코스피는 한 달 동안 22.2% 급락했고 6월 고점 대비 44% 가까이 폭락했다. 한 달 동안 서킷브레이커가 네 번 발동됐으며 5% 이상 변동한 날만 열흘이 넘었다.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됐다.

박기웅 CIO는 “조정이라는 표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시장 메커니즘이 흔들린 초유의 시장이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사태를 약세장 진입이나 펀더멘털의 훼손으로 보지 않는다. 2026년 코스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 미만의 조정에 그쳤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핵심 기업의 이익 추정치는 여전히 견조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 봐도 미국 S&P500이나 나스닥의 조정폭은 제한적이었고 다우지수는 오히려 상승했다. 박 CIO는 “글로벌 경기침체나 금융시스템 리스크였다면 미국 시장이 먼저 흔들렸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원인은 한국 시장 내부의 구조적 수급 왜곡에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시작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누적된 과잉 유동성 환경이다. 지속적인 유동성 확대 국면에서 민간의 레버리지 CAPEX 투자가 기저의 변동성을 키웠다.

여기에 7월 말 기준으로 코스피 시가총액의 55%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편중 구조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코스피 지수가 900여 개 기업의 평균 성과가 아닌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만을 반영하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박 CIO는 과거 아침마다 미국 채권 가격과 원자재 지수, S&P·다우·나스닥을 점검하던 시장참여자들이 이제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중심으로 시장을 논하는 흐름이 일상화됐다고 짚었다.

5월 말 시작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으로의 초집중 현상 역시 시장 충격을 증폭시켰다. SK하이닉스·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순자산이 3주 만에 14조원을 돌파하면서 하락장에서 일일 리밸런싱에 따른 기계적 매도 압력을 폭발시켰다. 여기에 해외 대형 헤지펀드의 강제 청산까지 겹치며 유동성 공백이 발생했다. 박 CIO는 “이번 사태는 경제 위기가 아니라 왜곡된 시장 구조가 초래한 위기”라며 “8~9월에도 급등락이 반복되는 양방향 변동성 장세의 여진은 계속되겠지만 가격은 결국 펀더멘털로 수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3분기 시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는 AI 투자 사이클을 꼽았다. 글로벌 빅테크의 투자 축소가 없는 만큼 반도체 업황의 펀더멘털이 증시 변동성을 완화할 버팀목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미국 장기금리 추이도 주요 변수다. 미래 현금흐름 비중이 높은 AI 산업 특성상 금리에 민감하지만 유가와 환율이 안정세를 찾으며 금리의 영향력은 7월보다 다소 약화할 것이라고 짚었다.
쏠림 털어내고 ‘금반지’로 균형
시장의 변동성이 극에 달했을 때 최선의 방어책은 자산 배분이다. 백상훈 멀티전략운용본부장은 브이아이자산운용의 3분기 모델 포트폴리오를 통해 위험 대비 성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제안했다. 해당 모델에서 권장하는 자산 비중은 해외주식 40%, 국내 채권 26%, 해외 채권 15.6%, 국내주식 13% 수준이다.

국내 주식 비중이 13%로 낮게 산출된 것은 국내 증시에 대한 부정적 전망 때문이 아니다. 코스피의 높은 변동성과 특정 섹터 쏠림 현상 때문에 위험 대비 기여도가 낮게 측정된 결과다. 백 본부장은 “지금은 항복하고 시장을 떠날 때가 아니라 특정 섹터에 쏠린 포트폴리오를 방어주나 타 자산군으로 균형 있게 재배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주식 운용을 담당하는 김정엽 과장 역시 현재 지수 수준을 역사적 저점으로 평가했다. 현재 코스피 PBR은 2010년 이후 평균치인 10배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5배 수준까지 하락해 과도하게 소외된 상태다. 김 과장은 “지수 6000선은 펀더멘털 대비 최저점 구간”이라며 “다만 변동성이 여전하므로 한 번에 추격 매수하기보다는 빠질 때마다 비중을 늘려가는 분할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종목 전략 측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AI 핵심 반도체주를 중심에 두되 AI 사이클과 무관하게 실적과 주주환원 모멘텀을 갖춘 ‘금반지(금융·반도체·지주)’ 섹터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것을 추천했다.

은행주는 금리 상승 국면에서 마진이 확대되고 주주환원 정책이 가장 확실한 수비수 역할을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주는 정부의 밸류업 정책 수혜와 더불어 전력기기·조선·내수 등 업황 호조 자회사의 모멘텀을 공유한다. 이 밖에 화장품과 조선주도 과거 대비 밸류에이션 부담이 대폭 낮아졌다는 평이다. 특히 화장품은 전통적 상고하저 틀을 깨고 수출 실적 성장이 확인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채권 시장에 대해 박기웅 CIO와 백상훈 본부장은 잔존만기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백상훈 본부장은 “주식과 채권이 최근 동시에 약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길게 보면 채권은 주식과 반대로 움직이며 전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줄여주는 핵심 자산”이라며 전체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위해 반드시 품어야 할 자산임을 강조했다.

박 CIO는 “개인투자자들이 과도한 금리 하락을 기대하고 초장기채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잔존만기 2.5~3.2년 수준의 중기채에 투자할 경우 높아진 시장 변동성을 안정적인 수익으로 치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장기채 투자자 역시 중동 지정학 우려 완화와 환율 안정세를 감안할 때 지금은 조급하게 손절하기보다 견뎌내야 하는 구간이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해외주식 투자는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섹터 다변화가 핵심이다. 지난 3년간 시장을 주도한 IT·반도체 외에도 헬스케어, 산업재, 금융 등 완충재 역할을 할 수 있는 실적주로 시선을 넓혀야 한다. 백 본부장은 “유럽이나 일본이 통화 긴축 기조로 돌아서는 반면 글로벌 AI 혁신의 주도권과 기업 이익 창출력은 여전히 미국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얼마 벌까 아닌 얼마 버틸까” 질문할 때
박 CIO는 계좌 평가손실이 50~60%에 달해 패닉에 빠진 개인투자자들에게 감정적 대응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우선 레버리지 상품 비중을 즉시 절반 이하로 줄이고 최소 한 달에서 석 달간 매매를 멈추고 포지션을 복기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나 자산 배분형 펀드를 적극 활용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브이아이자산운용이 제안하는 솔루션은 두 가지다. 지난 8월 11일 출시된 ‘FOCUS 금융반도체지주채권혼합50액티브 ETF’는 공격수 역할의 반도체와 수비수 역할의 금융·지주를 50%가량 담고 나머지 50%를 채권으로 채워 변동성을 낮춘 구조다. 특정 벤치마크나 국가에 매이지 않고 글로벌 ETF와 채권을 유연하게 배분해 연 6~8% 목표 변동성 내에서 안정적 성과를 추구하는 ‘아름다운 인생 OCIO EMP 펀드’ 역시 변동성 장세의 대안으로 꼽힌다. 9월 공모펀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박 CIO는 “현재 AI 투자 흐름은 약 10년 이상 지속되는 중기 설비투자 사이클인 ‘주글라(Juglar) 파동’에 가깝다”며 “거대한 산업 전환기에는 모든 기업이 생존과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자하기 때문에 시장은 예상보다 훨씬 큰 변동성을 반복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단기 시장 등락에 흔들리기보다 과도한 레버리지를 지양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본질적인 경쟁력과 산업의 방향성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장기적인 혁신의 과실은 단기 변동성을 견뎌낸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백 본부장 또한 “주식시장에서 손실을 봤을 때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얼마를 벌 수 있을까’가 아니라 ‘최악의 경우 내가 얼마까지 버틸 수 있는가’이다”라며 리스크 관리와 생존 능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김 과장은 “반도체뿐 아니라 2차전지, 바이오, 로봇, 우주항공처럼 성장과 테마는 시장에 항상 2~3년에 한 번씩 찾아왔다”며 “이번 기회를 놓쳤다고 불안해하거나 위험하게 쫓아갈 필요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간이 성장을 추구하는 한 새로운 성장 산업과 테마는 계속 등장하기 때문에 조급함을 내려놓고 장기적인 시각으로 다음 주기를 기다리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