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건축·재개발 주택을 샀다고 해서 무조건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업이 어느 단계까지 왔는지, 조합원 지위를 넘겨받을 수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조선규 법무법인 조율 변호사(사진)는 최근 <한경닷컴>과 만나 재건축·재개발 주택 매수자가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재건축·재개발 시장에 수요가 몰리고 있지만 가격 상승 기대감만 보고 뛰어들어선 안 된다는 설명이다.
조 변호사는 "최근 정비사업과 관련한 법률 상담이 확실히 늘었다"며 "아직 소송보다는 상담 단계가 많지만 통상 상담이 증가한 뒤 몇 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화를 내거나 푸념하는 상담이 많았다면 요즘에는 자신의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묻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주택을 거래하면 원칙적으로 매수자가 조합원 지위를 승계할 수 없다.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부터 제한된다. 법에서 정한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주택 소유권을 넘겨받더라도 조합원 자격을 얻지 못해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 있다.
조 변호사는 "오래된 아파트를 사는 이유는 결국 새 아파트를 받기 위해서인데, 집을 샀는데도 조합원 지위를 넘겨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예외 규정도 많아 굉장히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약서를 어떻게 쓰느냐도 중요하다. 조 변호사가 맡았던 사건 가운데는 '매도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조합원 자격이 승계되지 않으면 손해를 배상한다'는 특약을 넣었지만 매도인의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지 않아 손해배상을 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다만 매수자는 중요 부분에 대한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해 지급했던 돈을 돌려받았다.
그는 "특약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라며 "사업지와 매도자, 매수자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몇억원을 날리지 않으려면 계약서를 꼼꼼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를 받았다고 조합원 지위까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조 변호사는 "토지거래허가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은 별개의 제도"라며 "토지거래허가는 해당 토지를 거래하는 데 허가를 받는 것이고, 조합원 지위가 넘어오는지는 도시정비법에 따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정비사업에서 가장 민감한 게 결국 돈이고 특히 추가분담금"이라며 "사업성이 나오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출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합이 마음대로 사업비를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비사업비가 일정 수준 이상 증가하면 조합원 동의를 거쳐야 한다. 반대하는 조합원은 총회 결의나 관리처분계획 등을 법적으로 다툴 수도 있다. 다만 소송으로 결과를 뒤집기는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
조 변호사는 "총회 결의 취소소송이나 관리처분계획 취소소송 등을 할 수 있다"면서도 "적법하게 다수의 동의를 받아 통과됐다면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고 했다.

분담금을 당장 내지 못했다고 곧바로 새 아파트를 빼앗기는 것도 아니다.
조 변호사는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당시 조합원이 사망한 뒤 상속인 4명이 약 3억원의 분담금을 내지 못하면서 조합과 소송을 벌인 사건을 맡았다. 1심에서는 상속인들이 패소했지만 항소심에선 조합원 공급계약의 해지 요건 등이 쟁점이 됐고 이후 조정을 통해 분담금을 납부하는 방향으로 사건이 마무리됐다.
그는 "조합에서도 추가분담금을 못 냈다고 곧바로 현금청산 대상자로 지정하지는 않는다"며 "조합원 공급계약서에 정해진 절차와 소명 기회 등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분담금이 부담된다고 아무 때나 조합에서 빠져나올 수도 없다. 조 변호사는 "분양신청을 하지 않거나 신청했다가 철회하면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도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에는 빠져나오기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예를 들어 10년의 사업 기간 동안 매도자가 7년을 가지고 있었고 매수자가 3년을 보유했다고 해도 결국 최종 부과 시점의 소유자가 부담하게 된다"며 "최초 소유자는 이익을 다 누리고 나왔지만 이후 소유자는 세금을 다 떠안을 수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부담금 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법적으로 다툴 수 있다. 개발비용 공제가 누락됐거나 주택가액 산정에 오류가 있는 경우 부과 전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부과 이후에도 이의신청과 행정심판, 취소소송 등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조 변호사는 향후 재초환을 둘러싼 법적 분쟁에 대해 "소송은 나올 것"이라며 "금액이 워낙 크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조선규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가 인증한 부동산 관련법 전문변호사다. 법무법인 영진 부동산팀 파트너변호사와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를 거쳐 2016년부터 법무법인 조율에서 활동하고 있다. 2026년 1월부터 법무법인 조율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고려대학교 외래교수, 영산대학교 부동산연구소 연구위원, 부동산114 자문위원, SH공사 인사위원 등을 지냈다.
우주인. 집우(宇), 집주(宙), 사람인(人). 우리나라에서 집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릅니다. 생활과 휴식의 공간이 돼야 하는 집은, 어느 순간 재테크와 맞물려 손에 쥐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이 됐습니다. '이송렬의 우주인'을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사람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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