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떠날 수가 없는데"…강남 집주인들 '초비상' 걸린 이유 [시장톡]

입력 2026-08-18 06:30   수정 2026-08-18 06:48

"대치동 떠날 수가 없는데"…강남 집주인들 '초비상' 걸린 이유 [시장톡]


서울 강남권 전·월세 시장에 또 하나의 대형 변수가 등장했습니다. 4424가구 규모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내년 상반기 이주를 목표로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입니다. 가뜩이나 전월세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강남·서초·송파구 재건축 단지의 이주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강남권 전월세난이 한층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은마는 자녀 교육을 위해 대치동에 전·월세로 거주하는 수요가 상당합니다. 이주가 시작되더라도 학교와 학원 때문에 대치동 생활권을 벗어나기 어려운 세입자가 적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4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에서 발생한 이주 수요가 대치·도곡·개포 등 인근 지역으로 한꺼번에 이동할 경우 전세 매물 부족과 가격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18일 은마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세입자들에게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조합은 지난달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마치고 내년 상반기 이주 개시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조합은 최근 세입자를 대상으로 '이주계획 수립을 위한 아파트 세입자 설문조사'에도 들어갔습니다. 임대차 계약 만료일과 희망 이주시기, 이주 예정지역은 물론 이주 이후에도 대치동 학원가를 이용할 계획인지까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학생 자녀를 둔 가구의 원활한 이주를 위해 방학 기간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은마가 움직이는 시점에 강남권 곳곳의 재건축 이주도 겹친다는 것입니다. 강남구에서는 개포주공5단지 940가구가 올해 1월 이주를 시작했고 개포럭키아파트 128가구와 도곡개포한신 620가구도 이주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서초구에서는 신반포12차 312가구와 신반포27차 156가구가 이주에 들어갔고 1572가구 규모 신반포2차도 사업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송파구에서도 가락상아1차 405가구와 가락프라자 672가구가 이주를 마치고 철거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가락미륭과 삼환가락 648가구, 가락삼익맨숀 936가구 등도 이주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강남구 최대 규모인 은마 4424가구까지 내년 상반기 움직이기 시작하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전월세 시장으로 상당한 규모의 이주 수요가 추가될 전망입니다.

강남구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 중개 관계자는 "요즘 세재개편안으로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거나 아예 직접 들어와서 살겠다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아파트 이주수요까지 몰리면 더 상황이 불안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재건축 빨라지는데…세입자 갈 집은 줄어든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이를 받아줄 전월세 매물은 넉넉하지 않습니다. 대치동에서는 이미 전월세 매물이 감소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대치동 전세 물건은 608건, 월세 물건은 589건으로 모두 합쳐 1187건입니다. 연초(1월1일) 전세 1097건, 월세 1004건으로 모두 2101건에 비하면 43.5% 쪼그라들었습니다.

은마는 주변 신축·준신축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대치동 학군을 이용하려는 임차 수요가 많은 단지입니다. 때문에 은마 세입자들이 기존 생활권을 유지하려 한다면 대치동과 도곡동 등 주변 아파트뿐 아니라 한티역 일대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으로까지 수요가 번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은마 한 단지의 이주가 아파트 전세시장에 그치지 않고 강남권 임대차 시장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자기 집을 다른 사람에게 임대한 채 은마에 거주하는 비거주 1주택자는 상황이 더욱 복잡합니다. 은마에서는 나가야 하지만 본인 소유 주택의 임대차 계약이 남아 있다면 곧바로 자기 집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결국 새로운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데 대규모 재건축 이주와 시기가 맞물리면 추가 보증금 마련 부담까지 커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정부의 2026년 세제개편안도 변수입니다. 실거주 여부에 따라 종합부동산세 등의 혜택을 달리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면서 임대를 놓던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는 쪽을 선택할 경우 시장에 나오는 전월세 물량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재건축으로 새로운 임차 수요는 늘어나는데 세제는 집주인의 실거주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구조입니다. 강남권에서는 재건축 이주에 따른 수요 증가와 기존 임대주택 감소가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현재 전월세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고 정책 요인으로 전월세 가격 변동성 역시 커질 수 있다"며 "현 상황에서 은마 아파트 이주수요는 전월세 시장 가격을 자극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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