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한국 증시를 두고 '기술적 강세장’에 진입했다며 가파른 회복세를 전망하고 나섰다. 코스피가 불과 열흘 남짓 만에 20% 넘게 반등한 가운데 AI 투자 우려가 완화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주가 상승을 주도하면서다. 외국인 자금이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되며 코스피의 추가 상승 기대도 커지고 있다.
코스피가 강한 반등의 흐름을 이어가자 외신들이 일제히 한국 증시를 긍정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13일 "한국 증시가 10일 만에 22% 상승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반도체주가 상승장을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달 말 발표된 AI 분야의 대형 투자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의 실적 보고서가 버블에 대한 우려를 완화했다"며 "코스피는 시장이 다시 완벽한 탐욕 모드로 돌아왔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코스피 지수가 최근 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하며 새로운 강세장에 진입했다"며 "이달 들어 전 세계적으로 AI 관련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다시 살아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BC는 지난 13일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LSEG가 제공하는 주식·채권·기업 실적 지표인 LSEG 데이터를 인용해 "코스피가 지난달 말 저점에서 약 23% 반등했다"고 보도했다.
코스피는 7월 한 달간 22% 떨어지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월간 하락률을 기록했다. AI 인프라 투자가 계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레버리지 포지션까지 강제 청산되면서 하락 폭이 커졌다. 반등의 계기는 글로벌 기업의 AI 투자가 계속될 것이란 기대가 되살아나면서다. 지난 12일 AI 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와 AI 서버 업체 슈퍼마이크로컴퓨터는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한 뒤 주가가 각각 17%, 9% 급등했다.
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수요 반등 기대가 다시 커지자 영국계 자산운용사 베일리기포드의 장첸 신흥시장 주식 투자전문가는 블룸버그에 "AI 에이전트와 피지컬 AI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 능력은 제한돼 있다"며 "소수 기업(삼성전자, SK하이닉스)만 해결할 수 있는 공급 병목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영국계 온라인 금융·투자 플랫폼 트레이드네이션의 데이비드 모리슨 수석시장분석가는 CNBC에 "AI 투자 호황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시장분석·투자 리서치 회사인 펀드스트랫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마크 뉴턴 기술전략 책임자는 "단기적으로 기술 섹터 내 메모리 분야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증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메모리주 회복이 코스피 전체의 상승 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물가 지표도 코스피 투자 심리 회복에 힘을 보탰다.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에 부합하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의 9월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완화됐다. 여기에 지난달 증시 급락을 일으킨 레버리지 투자 청산이 진정된 것도 코스피 반등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는 정부의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와 신용 거래 축소로 수급이 안정됐다고 분석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대부분의 코스피 상승일이 외국인 순매수와 동반됐다"며 "투자자 예탁금이 지속적으로 감소 중인 만큼 개인 수급만으로 과거와 같은 대형주 중심 신고가 랠리를 재현하기 어렵다"며 외국인 매수세가 코스피 반등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 관계자는 "AI 인프라 투자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고 메모리 공급 부족까지 겹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레벨이 한 단계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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