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1위 휴머노이드 로봇기업인 중국 유니트리가 오는 20일 상장을 앞두고 개인 온라인 청약에서 최초 배정 물량의 8000배가 넘는 주문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한 가운데 국내 로봇 기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16일(현지시간) 유니트리가 공모가를 주당 150.8위안(약 3만1500원)으로 확정하고 4044만6434주를 발행해 약 61억위안(약 1조2700억원)을 조달한다고 보도했다.
상장 후 기업가치는 약 610억위안(약 12조7400억원)으로 평가받는다. 상장이 완료되면 중국 본토 증시에 입성하는 첫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가 된다.
중국 금융당국은 청약 열기가 과열되자 기관 배정 물량 일부를 개인투자자 몫으로 돌렸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도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하이퍼리퀴드에서는 유니트리 주식 자체가 아니라 상장 뒤 주가를 예상해 베팅하는 파생계약이 CNBC 보도 시점에 공모가의 약 4배에 거래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유니트리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로봇용 AI 모델 연구, 신제품 개발, 생산시설 확충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지난 3월 밝힌 바 있다.
2016년 설립된 유니트리는 올해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설) 특집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지난해보다 한층 발전된 무술 공연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2023년 최초의 휴머노이드 모델 H1을 선보였고, 2024년엔 G1, 지난해엔 R1과 H2를 공개했다. 모델들은 쿵후 발차기를 선보이는가 하면, 칼군무를 뽐내는 영상으로 유명해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G1의 공중제비를 본 후 "인상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현재 유니트리 제품의 성능은 테슬라와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글로벌 경쟁자에 밀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적재 하중 등이 적어 산업 현장에서 활용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데, 유니트리는 상장을 앞두고 하중을 보강한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매출은 2024년 대비 335% 증가한 17억1000만위안(약 3598억원)이었다. 순이익은 2억8760만위안(약 605억원)으로 204% 늘었다.
유니트리 매출에서 휴머노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2%에서 2025년 52%로 급증했다. 매출의 중심이 사족 보행에서 휴머노이드로 넘어가는 추세다. 유니트리는 중국 정부와 교육기관 등을 주요 고객으로 둔 덕에 지난해 전 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량 1위에 올랐다.
유니트리의 경쟁력은 저렴한 원가를 바탕으로 한 가격에 있다. 유니트리는 여러 공급업체에서 부품을 사다 조립하는 대신 구동장치를 자체 설계해 통합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블룸버그는 이를 중국 전기차 기업 BYD의 수직계열화 전략에 빗댔다.
유니트리 직영몰에서 휴머노이드 기본형 G1은 1만3500달러(약 1900만원) 수준에 판매되고 있다. H2의 판매 가격은 19만9900위안(약 4200만원)으로, 2년 전 나온 H1의 초기 가격(49만9800위안)에서 약 60% 인하됐다.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보유한 현대차그룹 등 국내에 경쟁사가 있는 만큼 유니트리의 상장이 국내외 로봇 기업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인다.
증권가에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재평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반면 물량 공세에 밀려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엇갈린 분석이 나온다.
이상수 iM증권 연구원은 "중국 휴머노이드 업체가 국내 업체의 잠재적 경쟁 대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CXMT) 상장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업체의 주가 하락으로 연결된 것과 동일한 논리"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 글로벌 청소용 로봇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68%에 달했다"면서도 "미국 시장 진출 차단으로 국내 업체의 수혜는 가능하다"고 봤다.
국내 로봇주가 아웃퍼폼(시장 수익률 상회)으로 바이오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종보다 우위를 점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결국 국내 대표 로봇주인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반등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 연구원은 "유니트리 로보틱스의 지난해 매출액 3560억원 중 51%가 휴머노이드 관련"이라며 "반면 (국내 대표 로봇주 중 하나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경우 341억원이었고, 100대 내외의 차륜형 휴머노이드를 제외하면 관련 매출이 전무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로봇산업의 밸류에이션을 재평가할 수 있는 계기가 돼 피지컬 AI 섹터가 재부각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송예지 하나증권 연구원은 "유니트리는 저가 전략을 기반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저변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고 하드웨어 플랫폼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유니트리 플랫폼을 활용한 알고리즘과 개발 도구, 애플리케이션 생태계가 확대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생태계까지 경쟁력이 강화될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는 유니트리 상장으로 투자 수요가 완성 로봇업체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 확대에 따라 관련 부품업체의 주가 모멘텀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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