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치다 허리 휘겠다"…110만원 드라이버에 골퍼들 결국 [프라이스&]

입력 2026-08-16 12:00   수정 2026-08-16 12:07

"골프 치다 허리 휘겠다"…110만원 드라이버에 골퍼들 결국 [프라이스&]


골프채 가격도 ‘100만원 시대’에 접어들었다. 올해 주요 골프 브랜드가 내놓은 신형 드라이버의 권장 소비자가격이 잇달아 100만원을 넘어서면서다. 경기 침체까지 겹치자 신제품을 사기보다 가격이 크게 떨어진 이전 세대 제품을 찾거나 클럽 교체 자체를 미루는 골퍼도 늘어나고 있다.

16일 골프용품업계에 따르면 핑이 올해 출시한 G440 K 드라이버의 권장 소비자가격은 기본 샤프트를 장착할 경우 106만원이다. 투어 2.0 크롬이나 블랙 샤프트를 선택하면 110만원으로 올라간다.

테일러메이드의 올해 신제품 Qi4D 드라이버 역시 공식 판매가격이 104만원부터 시작한다. 샤프트 등 사양에 따라 가격은 최대 144만원까지 높아진다. Qi4D LS는 105만~145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과거 일부 마니아층이 선택하던 애프터마켓 샤프트나 고가 한정판이 아니라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주요 브랜드의 신형 드라이버도 100만원 선을 넘어선 것이다. 티타늄과 카본 등 고가 소재 사용이 늘어난 데다 환율과 생산·물류비 부담 등이 가격에 반영되면서 골프용품의 가격대가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가격 부담은 소비자의 골프채 구매 방식도 바꾸고 있다. 골프존커머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골프용품 시장은 전년보다 소폭 성장했지만 신제품보다 가격을 낮춘 이월·재고 상품 판매가 늘면서 성장을 이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클럽을 교체하는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며 “가격 대비 가치가 높은 제품을 선호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이언이다. 전국 111개 골프존마켓 직영점에서 브리지스톤의 이전 세대 제품인 ‘V300 9’은 올 1~6월 남성 아이언 판매량 1위를 계속 유지했다. 지난 1월 11.6%였던 판매 비중은 5월 21.4%까지 높아졌다. 여성용 클럽에서도 신제품 젝시오14가 출시됐지만 이전 모델인 젝시오13이 상반기 내내 드라이버·우드·유틸리티·아이언 판매 1위를 기록했다.

가격을 크게 올린 브랜드에서는 소비자의 이탈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AK골프에 따르면 일부 타이틀리스트 골프용품은 가격이 20% 이상 오른 뒤 판매율이 하락한 반면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있는 캘러웨이 제품 판매가 증가했다. 같은 브랜드 안에서도 신제품과 이전 제품의 성능 차이보다 가격 차이가 크다고 판단하면 구형 모델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고가 신제품 수요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테일러메이드 Qi4D는 높은 가격에도 올해 상반기 골프존마켓에서 남성 드라이버 판매량 1위를 유지했다. 성능 개선이 뚜렷하다고 판단한 제품에는 소비자가 여전히 지갑을 여는 셈이다.

골프용품업계에서는 소비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하반기에도 신제품 가격과 이월상품 할인 폭이 판매량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클럽을 교체하던 시기는 지났다”며 “소비자들이 기존 제품과 성능, 가격 차이를 따져보고 구매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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