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제 '진퇴양난'…성장 약한데 국채금리 30년만에 최고 [최만수의 재팬 인사이트]

입력 2026-08-17 11:04   수정 2026-08-17 11:07

日경제 '진퇴양난'…성장 약한데 국채금리 30년만에 최고 [최만수의 재팬 인사이트]



일본 경제가 3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지만 성장률은 시장 예상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개인소비와 설비투자도 나란히 감소했다. 경기의 기초체력이 약한 상황에서 국채 장기금리는 약 3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엔화 약세와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한 일본은행(BOJ)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에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의 적극 재정에 따른 국채 공급 우려까지 겹치면서다. ‘약한 성장’과 ‘높아지는 금리’가 동시에 나타나는 일본 경제의 딜레마가 선명해지고 있다.
美 베선트의 금리인상 압박

일본 내각부가 17일 발표한 4~6월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물가 영향을 제외한 실질 GDP는 전기 대비 0.3%, 연율 환산으로 1.1% 증가했다. 3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이지만 QUICK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인 연율 2.2% 증가에는 크게 못 미쳤다.

성장의 내용은 더 기대에 못미쳤다.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마이너스 0.2%포인트로 3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개인소비는 0.02% 줄어 8분기 만에 감소했고, 설비투자는 1.2% 줄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주택투자도 0.5% 감소했다.

외수는 성장률을 0.5%포인트 끌어올렸다. 하지만 수출 증가보다 수입 감소 효과가 컸다. 수출은 전기 대비 0.5% 늘었지만 수입은 1.5% 감소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로 원유 수입이 일시적으로 급감한 영향이다. GDP 계산에서는 수입이 차감되기 때문에 수입 감소가 오히려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냈다.

민간 재고도 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올렸다. 소비와 투자 등 실제 내수 활동보다는 수입 감소와 재고 증가가 GDP를 떠받친 셈이다.

그런데 이날 채권시장에서는 경기 지표와 반대 방향의 움직임이 나타났다. 도쿄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 지표인 신규 10년물 국채 금리는 한때 연 2.915%까지 상승했다. 1996년 9월 이후 약 30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이는 만큼 일본 국채에 강한 매도 압력이 나타난 것이다.

정책금리 전망에 민감한 단기·중기 금리도 뛰었다. 2년물 국채 금리는 한때 연 1.685%까지 올랐고, 5년물 금리는 2.155%로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BOJ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다. 시장에서는 BOJ가 이르면 9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정책금리를 1.25%로 올리고, 이후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일본 정부와 BOJ가 미국 통화당국과 함께 엔화를 사들이는 미·일 공조 외환시장 개입에 나선 이후 이런 전망은 더욱 강해졌다. 미국의 협조까지 받은 외환시장 개입 효과를 유지하려면 엔화 약세의 근본 원인인 미·일 금리차를 줄여야 한다는 압력이 BOJ에 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측도 BOJ의 움직임에 기대를 나타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4일 CNBC 인터뷰에서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를 직접 거론하며 “필요한 일을 실행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BOJ 내부에서도 매파적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지난 10일 공개된 7월 금융정책결정회의 주요 의견에서는 물가 상승 위험을 이유로 “금융완화 정도의 조정을 더 빠르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와중에 다카이치는 소비세 감세 추진

일본의 물가 압력도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날 발표된 2분기 GDP 디플레이터는 전년 동기 대비 2.6% 상승했다. 실질 GDP는 연율 1.1% 증가에 그쳤지만 명목 GDP는 연율 4.8% 늘어난 것도 물가 상승의 영향을 보여준다.



다카이치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역시 국채금리를 밀어올리는 요인이다. 정부는 2027년 4월부터 2년간 식료품 소비세를 감면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재원은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성장·위기관리 분야의 예산 요구 상한도 사실상 없애면서 향후 재정지출과 국채 발행이 늘어날 것이라는 경계감이 시장에서 커지고 있다.

BOJ로서는 선택이 복잡해졌다. 경기만 보면 금리 인상을 서두르기 쉽지 않다. 개인소비와 설비투자가 모두 감소했고 2분기 성장률도 시장 기대를 크게 밑돌았다.

반면 엔화 약세와 물가 상승을 방치하면 가계의 실질소득과 소비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 여기에 정부의 적극 재정으로 국채 공급 부담까지 커질 경우 시장금리가 통화정책과 무관하게 더 빠르게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 경제는 경기 부양을 위해 낮은 금리가 필요하면서도 엔화와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반된 압력에 직면했다.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금융상은 이날 닛케이 인터뷰에서 “국채는 발행 등을 포함한 전략이 중요하다”며 “일본은행과도 협의한 뒤 전체를 봐가며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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