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언제나 해외 기업에 매혹적이다. 14억 명의 인구와 두터운 중산층, 세계 최대 규모 전자상거래 생태계까지 갖췄다. 한 도시나 한 세대만 제대로 공략해도 웬만한 국가 하나와 맞먹는다. 세계적인 기업이 숱한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중국 시장의 문을 다시 두드리는 이유다.거대한 소비 시장인 만큼 냉혹하고 까다로운 시험대이기도 하다. 막대한 자본과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호기롭게 뛰어들었다가 불과 수년 만에 사업을 정리하는 잔혹사도 적지 않다.
중국 소비시장은 변화 속도가 유독 가파르다. 유행 주기가 짧은 데다 새로운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수용성도 높다. 압도적인 브랜드조차 소비자의 취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순식간에 밀려나기 쉽다.그런데도 나이키는 과거의 본사 성공 공식에 머물렀다. 한때 중국에서 나이키를 신는다는 건 운동화 한 켤레 이상의 의미였다. 미국 문화와 젊음, 성공의 상징에 가까웠다. 요즘 젊은 소비자는 다르다. 로고만 보고 지갑을 열지 않는다. 기능과 디자인, 가격, 온라인 평판을 한꺼번에 고려한다.
나이키가 에어조던 등 기존 유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이 안타, 리닝 같은 중국 토종 브랜드는 빠르게 그 틈을 파고들었다. 중국 전역에서 마라톤과 생활체육 열풍이 불자 재빨리 맞춤형 제품을 쏟아냈고, 지역별 소비 수요를 기민하게 반영했다. 조급해진 나이키는 공식 온라인 매장 중심으로 판매망을 재편하겠다고 했다. 정작 중국 소비자가 왜 나이키를 떠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해법이다.
오리온이 현지 일상의 깊숙한 곳까지 파고든 건 철저한 현지화 덕분이다. 제품을 가져다 파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 이름과 메시지, 제품 맛과 유통 방식까지 중국 소비자의 생활 방식에 맞춰 재설계했다. 초코파이의 정(情)이라는 슬로건을 그대로 복제하지 않고 중국에서 공감도가 높은 인(仁)이라는 브랜드로 마케팅했다. 각 지역과 도시별 특성에 맞춰 제품을 달리 개발하고, 현지 식문화를 반영한 오이맛이나 토마토맛 스낵을 끊임없이 선보였다. 현지 채용은 극대화하고 중국 식문화를 잘 아는 인재를 생산·영업·마케팅 책임자로 전면 배치했다.
갈수록 중국 시장의 경쟁 문턱은 높아지고 있다. 자국 기업의 제품력과 브랜드 경쟁력은 빠르게 향상됐고 소비자는 더 까다롭고 변덕스러워지고 있어서다. 규제와 정책 변수까지 맞물리면 브랜드 파워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다. 결국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는 기업과 밀려나는 기업을 가르는 결정적 차이는 나이키가 잃고 오리온이 챙긴 그 절박함에서 나올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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