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지털 치료제 기업들은 이 같은 AI와의 결합 서비스 증가가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가 정해진 치료 프로그램 제공을 넘어 환자별 맞춤 치료제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허가 디지털 치료제 품목은 2023년 국산 1호 불면증 치료기기 ‘솜즈’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모두 15개다. 작년엔 신규 허가가 10개에 달했는데 올해 들어선 우울증 치료기기 ‘치유포레스트’ 하나에 그쳤다.

AI의 강점은 웨어러블과 스마트폰으로 수집한 환자의 일상 데이터를 지속해서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슬립큐’를 개발한 웰트의 강성지 대표는 “의약품이 질병을 치료하고, 디지털 치료제가 환자의 일상을 연결하며, AI가 그 사이에서 최적의 치료를 제안하는 새로운 치료 시스템이 구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AI는 웨어러블과 스마트폰 등을 통해 수집한 수면시간과 활동량, 심박수, 복약 정보 등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치료 전략을 조정할 수 있다. 그는 “초기 디지털 치료제가 검증된 치료 프로그램을 모든 환자에게 표준화해 제공했다면 AI를 적용한 치료제는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지속해서 이해하는 치료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기 등 물리적 자극을 신경계에 전달하는 전자약에서도 AI·데이터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치료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환자의 뇌파와 생활 데이터, 과거 치료 반응 등을 AI로 분석해 자극 위치와 강도, 빈도를 개인별로 최적화하는 방식이다. 박진영 용인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앞으로는 환자의 뇌파, 라이프로그, 치료 반응 등을 분석해 개인에게 더 적합한 자극 부위와 강도, 빈도를 찾아가는 개인 맞춤형 치료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제도 기반 마련에도 국내 디지털 의료기기 업체가 넘어야 할 벽은 여전히 많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면 환자는 높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의료진에게 처방 및 환자 관리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돌아가지 않으면 병원도 새로운 치료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어렵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보험 급여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업 대상 구독 서비스, 원격 환자 모니터링, 제약사와의 공동 판매 등으로 수익 모델을 다변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김 지사장은 “우수한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 못지않게 각국 보건당국의 수가 체계 안에 안착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 역량이 중요하다”며 “적정 수가와 보장성 확보가 이뤄지지 않으면 임상 소프트웨어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