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선출돼 집권 2년 차를 맞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드라이브에 탄력이 붙게 됐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계파 갈등을 털어내고 당정청 삼각 편대를 앞세워 주요 국정 과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17일 대전 도룡동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최종 득표율 54.08%를 기록하며 정청래 후보(45.92%)를 제치고 당권을 거머쥐었다. 1차 투표에선 과반 득표자가 없어 결선투표인 선호투표제를 적용했다. 3위 송영길 후보를 1순위로 뽑은 투표자들의 2순위 표를 상위 2명에게 배분한 끝에 김 대표가 승리했다.
김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유능한 민생 중심 다수 정당 민주당이 될 것”이라며 “당청 관계, 당정 관계는 국정의 중심인 대통령과 정부를 지원하는 전면 협력의 창조적 수평 관계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당은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주권정부 성공을 위해 뛸 것”이라며 “성공을 위해 토론하고 직언하고 방패가 되고 민심 창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취임 후 첫 행보로 경남 거제 수해 현장을 찾았다.
김 대표의 이번 승리로 여권 권력 지형은 친명(친이재명) 중심의 단일대오를 확고히 구축했다. 이재명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내며 국정 철학을 공유한 김 대표가 당권을 거머쥐어 당정 간 정책 조율과 입법 지원 속도는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쟁점 법안 처리와 예산안 심사에서 여권의 결속력이 극대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히며 긴밀한 당정 협력을 예고했다.
최고위원 선거에선 최민희·이성윤·한민수 후보 등 친청(친정청래)계 3명이 모두 당선됐다. 친명계는 2명(박선원·서미화 후보)이 입성하는 데 그쳤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용 후보는 탈락했다. 당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을 지명할 수 있어 지도부 전체를 놓고 보면 친명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
친청계 3명이 지도부에 입성하면서 당내 역학 구도를 안배하고 비주류를 포용하는 김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계파 갈등 봉합뿐만 아니라 개헌 문제 등을 놓고 야당과 협상하는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갈라진 지지층 봉합이 급선무…호남 반도체·부동산도 시험대
김 대표는 전대 기간 친명(친이재명)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반면 친청(친정청래)계 지지층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 대통령 국정 과제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당내 통합이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이유다. 김 대표 입장에서 지지층 규합은 내년 재보궐선거와 2028년 총선 승리를 위한 선결 과제이기도 하다.
특히 내년 치러질 가능성이 있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는 김 대표의 최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여당에선 이른바 ‘명태균 여론조사’ 의혹 관련 1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 무효형 벌금이 나온 것을 계기로 서울시장 자리를 다시 탈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8년 총선을 위해 구성된 지도부지만 총선을 1년 남긴 시점에서 서울시장 선거를 패하면 지도부 리더십에 큰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 김 대표가 전대 기간 “내년 서울시장 선거 이후 재신임을 묻겠다”고 못 박은 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당의 내부 통합 과제가 비교적 원만하게 해결될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전대에서 졌다고 의석 161석의 강력한 여당에서 이탈할 계파는 없고, 새 당대표도 ‘통합 이미지’를 강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의원끼리는 외부 우려보다 훨씬 빠르게 봉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이날 전대 축사에서 “그동안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이젠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김 대표는 이재명 정부 지지율을 깎아먹고 있는 부동산 정책 관련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최근 발표된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현행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2029년 없애고,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공제액을 현행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는 내용은 여론의 반발을 샀다. 김 대표는 전대 기간 공개적으로 “보완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종부세 공제액은 낮추지 말고 실거주자의 기본 공제만 14억원으로 올려 혜택을 주자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800조원 규모 호남권 메가 프로젝트는 김 대표가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하는 정책으로 꼽힌다. 김 대표는 호남권에서만 57.54%를 얻어 전대 승리를 사실상 확정 지었다. 정 후보 득표율의 두 배에 가까웠다. 프로젝트 성패를 결정지을 메가특구특별법의 세부 의제 조율은 과반 의석의 여당 사령탑인 김 대표 역할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에선 전대 기간 법안 처리가 밀린 만큼 민주당이 오는 20일 본회의부터 다시 ‘입법 독주’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 선출 이후 당청 관계가 강화되면 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더 세질 수 있어서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전대 다음 이벤트를 참모진 개편, 개각으로 보고 있다. 여권에서는 10월 예정된 국정감사 시기를 고려해 이르면 이달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 지지율이 지금보다 내려갈 것이라는 위기감이 있다”며 “인사 쇄신은 부동산, 세제개편안, 폐버스 논란 등 각종 이슈에 따른 반발을 돌파할 카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최형창 기자/대전=이시은/김형규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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