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200억 쌓아도 불만족…'진짜 행복' 따로 있었다

입력 2026-08-18 08:38  

한국이 경제 규모와 생활 수준 면에서 크게 성장했지만, 정작 국민이 느끼는 행복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 배경에는 행복을 일상의 만족보다 드문 성취와 연결하는 한국 특유의 인식이 있다는 지적이다.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아주대학교 교수는 17일 유튜브 채널 '머니인더트랩'에 출연해 한국인이 경제적 풍요에도 충분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로 행복을 바라보는 기준을 꼽았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행복이 언제 찾아오는지 잘 모르는 경향이 강하다"고 짚었다.

이어 "행복을 묻는 질문에 해외에서는 음식 먹기나 꽃구경 같은 소소한 일상을 답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대학 입학이나 승진 등 자주 경험하기 어려운 사건을 행복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행복은 한 번에 얼마나 크게 느끼느냐보다 얼마나 자주 경험하느냐가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행복은 삶의 목표라기보다 버티기 위한 도구로 봐야 한다"며 "기분 전환을 시켜준 소소한 기억들을 기록해 둘 때 인생의 어려움을 극복할 유턴의 기회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돈과 행복의 관계에 대해서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행복의 기준을 계속 더 큰 성취에 두다 보면 100억원, 200억원의 자산을 쌓은 뒤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다음 목표를 좇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자산이 가져다주는 것은 고통과 불안의 완화일 뿐, 행복을 촉진하는 것은 자신의 내면과 관계, 경험에서 따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적 여유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으로는 자신만의 '행복 리스트'를 꼽았다. 돈이나 성과 외에도 무엇을 할 때 기분이 좋아지는지 알고, 이를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20·30대에게는 빠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단기간에 결과를 얻는 데만 매달리기보다 삶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투자하고 기반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타인을 위해 돈을 쓰는 경험도 행복과 삶의 의미를 높이는 요소로 꼽았다. 김 교수는 "잘 산 사람은 가족 외의 타인을 위해서도 돈을 써 본 기억의 빈도가 높은 사람"이라며 "소액이라도 남을 돕는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의미를 찾게 해준다"고 덧붙였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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