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웃고, 춤추고, 멍 때려라…천연 진통제 '엔도르핀' 샘솟는다

입력 2026-08-18 15:55  

함께 웃고, 춤추고, 멍 때려라…천연 진통제 '엔도르핀' 샘솟는다

호르몬은 수면과 식욕, 감정, 통증, 체온, 근육, 노화 등 생명 현상을 관장하는 화학물질이다. 비타민도 호르몬과 유사하지만 사람이 스스로 만들 수 없다. 호르몬은 의지로 만들 수도, 기능을 활성화시킬 수도 있다. 관건은 호르몬의 노예가 되느냐 주인이 되느냐는 것이다. 호르몬은 하루 리듬과 1년 리듬에 따라 달라진다. 계절은 시공간, 상황 등이 연속적으로 바뀌는 스펙트럼이다. 호르몬은 보고 느끼고 먹고 자고 스트레스 받는 것에 따라 달라진다. 계절과 달마다 지키고 관리해야 할 호르몬이 달라지는 이유다.

8월의 호르몬은 쾌감의 호르몬으로 알려진 엔도르핀을 선정했다. ‘연인들의 사랑을 키운다’ ‘웃음과 친밀한 교감에서 느끼는 유대감에 관여한다’고 알려졌다. 실제 엔도르핀은 통증과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해 과로를 예방해준다. 휴식과 수면, 업무량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사랑이나 행복을 단독으로 만드는 호르몬이 아니라 인체 내인성 오피오이드 시스템에 속하는 물질이다. 즐거운 운동이나 사회적 웃음, 친밀한 관계에서 느끼는 편안함과도 연결된다. 어원을 보면 이해가 쉽다. ‘엔도’는 몸 안이라는 뜻이고, ‘르핀’은 모르핀에서 유래했다. 몸 속에서 만들어지는 천연 진통 시스템이다. 대표적인 게 베타엔도르핀이다. 시상하부와 뇌하수체 계통에서 만들어진다. 뇌에선 신경조절물질로 작용한다. 뇌하수체에서 혈액으로 분비되면 호르몬처럼 작용한다. 통증이나 강한 스트레스가 있을 때 통증 신호를 줄이고, 보상과 정서 반응을 조절하는 데 관여한다. 단순한 행복 호르몬이 아니라 힘든 상황에서 통증과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몸 속 완충장치다.

사랑은 한가지 호르몬의 독주로 이뤄지지 않는다. 옥시토신, 도파민, 세로토닌, 엔도르핀을 포함한 내인성 오피오이드 시스템 등 여러 신호가 함께 작용한다. 엔도르핀 계통은 연인 뿐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웃고, 편안하게 교감하고, 소속감과 유대감을 느끼는 과정에 관여한다. 엔도르핀은 좋아하는 사람과의 즐거운 교감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유대감에 참여한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하다.

‘운동하면 엔도르핀이 나온다’는 말도 있다. 운동은 엔도르핀을 포함해 여러 신경화학적 시스템을 자극한다. 사람의 뇌영상 연구에서도 장거리 달리기 이후 오피오이드 시스템이 활성화돼 행복감을 느끼는 데 영향을 준다는 게 관찰됐다. 달리기를 할 때 느끼는 쾌감을 의미하는 ‘러너스 하이’도 엔도르핀 하나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엔도카나비노이드와 도파민 등 다른 신호가 함께 작용한다. 이런 이유로 엔도르핀을 많이 만들기 위해 숨이 넘어갈 정도로 운동을 할 필요는 없다. 즐길 수 있고, 다음 날까지 여파가 남지 않는 수준에서 꾸준히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8월 건강 지령은 ‘엔도르핀 3박자 회복 챌린지’다. 제1박자는 하루 20분 즐겁게 움직이는 것이다. 빠르게 걷기, 수영, 실내 자전거, 가벼운 춤, 스트레칭처럼 좋아서 지속할 수 있는 활동을 선택하면 된다. 운동이 끝난 뒤 몸이 가볍고 기분이 좋아지는 정도의 강도면 충분하다. 제2박자는 함께 웃는 것이다. 하루 10분, 다른 사람과 함께 웃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다. 가족이나 친구와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거나, 여행 중 함께 사진을 찍고 추억을 이야기해도 좋다. 직접 만나기 어렵다면 전화나 영상통화도 괜찮다. 혼자 재미있는 영상을 보는 것도 도움되지만 가능하면 다른 사람과 함께 웃는 게 좋다. 사회적 웃음은 내인성 오피오이드 시스템과 유대감을 함께 자극해준다. 제3박자는 완전히 쉬는 것이다. 하루 30분, 업무와 알림에서 완전히 떨어져 쉬는 것이다. 휴가지에서 계속 업무 연락을 받는다면 제대로 쉬었다고 보기 어렵다. 장소만 옮겼다고 휴식이 되는 것은 아니다. 8월엔 잠시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건강을 위한 일정’이라고 생각해보자. 쉬는 데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엔도르핀은 행복을 만들어주는 마법약이 아니다. 고통 속에서도 인체가 다시 회복하도록 돕는 천연 완충장치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말처럼 8월엔 잠시 꿀맛 같은 휴가를 내고, 지친 몸과 마음의 엔도르핀을 충전하자. 잠시 쉬고 멈추면 새로 보이는 것도 있다. 이후 멋진 가을의 시작인 9월을 준비해보자.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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