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 장기 국채 금리가 최근 가파르게 올라 15~3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재정 확장에 따른 국채 공급 과잉 가능성 등이 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금리로 개인, 기업, 정부의 부담이 늘고 실물 경제와 증시가 압박받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18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7일(현지시간) 연 5.31%로 19년 만에 가장 높았다. 독일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3.75%로 15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고, 프랑스 국채 금리도 18년 만에 최고 수준(연 4.87%)으로 치솟았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996년 이후 최고치인 연 2.93%를 나타냈다. 한국 3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4.75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기 국채 금리는 통상 경기 활성화 기대가 높을수록 상승한다. 미국과 유럽의 고용지표가 기대에 못 미치는 등 성장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는 것은 이례적이다. 시장에선 유가 상승 장기화 우려, 미국과 일본의 장기 국채 발행 확대 가능성과 함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나선 빅테크의 우량 회사채 발행 증가가 금리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한다.
'회사채 공격 발행' 빅테크도 부담, 월가 "체력 튼튼…패닉 안 와"

최근 주요 국가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경제 지표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7월 소매 판매는 0.6% 감소했으며 일본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환산 1.1%로 시장 추정치(2.0%)를 크게 밑돌았다. 중국 7월 산업생산 역시 시장 예상보다 0.3%포인트 낮게 나왔다.
경기가 둔화할 때는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로 국채 금리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최근 세계 각국의 국채 장기물 금리 상승이 이례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성장 둔화 속 국채 금리 상승 이면에 경제 환경의 구조적 변화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정학적 위기 고조와 공급망 혼란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고착화가 첫 번째다. 중동전 장기화에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90달러를 다시 넘어섰다. 중장기적인 물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면 장기물 가격엔 부정적 영향을 준다. 채권 투자 수익률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하는 금리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장기채 발행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단기채 발행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의 2025~2026회계연도 신규 발행 국채 중 만기 7년 미만이 44%를 차지했다. 10년 전 대비 1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시장에선 이 같은 단기채 발행 확대가 부메랑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단기채 상환을 위한 잦은 차환 부담 때문에 결국 장기물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연기금 자금 일부가 빅테크가 발행한 회사채로 빠져나가는 가운데 헤지펀드들은 더 높은 금리를 국채에도 요구하고 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수익률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장기물 국채 매수자들이 30년 만기 국채의 프리미엄을 0.9%포인트 높였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선 고금리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각국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며 소비가 둔화한 게 대표적 사례다. 회사채 발행 금리도 밀어 올려 기업들의 재무 부담 역시 커질 전망이다.
다만 높은 국채 금리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제 체력이 받쳐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높은 금리에도 국채 장기물 거래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야데니리서치는 “채권 시장이 패닉에 빠질 이유가 없다”고 했다.
뉴욕=황정수 특파원/심성미 기자 hjs@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