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다시 연재할 날을 꿈꾸며, 나의 웹툰일지

입력 2026-08-18 19:18   수정 2026-08-19 00:39

2019년 어느 날, 처음 웹툰을 그렸다. 시작은 미미했다. 막내가 내 결혼사진과 아이들 돌 사진이 담긴 앨범을 들고 와 읽어달라고 한 날이었다. 앨범 속 나는 젊었고 해맑게 웃고 있었다. 앞으로 얼마나 힘들지 모른 채.

스물여섯에 첫아이를 낳고 하루하루 버티던 시간이 떠올랐다. 첫째 아이 돌 무렵 힘든 감정을 ‘똥 밟았다’는 만화적 표현으로 대신했다. 둘째를 키울 때는 그보다 더했다. 이 감정을 ‘똥밭을 구르고 있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막내까지 키우며 점점 그릇(?)이 커지기 시작했다. 순간순간 무척 힘들었던 그 시간은 나라는 사람도 함께 성장하는 시기였다.

이 지난한 과정을 요약해 짧은 글과 그림으로 인터넷에 올렸다. 조금 부끄러웠다. 완벽한 엄마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힘들었다고, 서툴렀다고, 때로는 도망치고 싶었다고 말하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반응이 돌아왔다. 익명의 누군가가 “나도 그랬다” “읽다가 웃고 울었다”, “위로가 됐다”고 댓글을 남겼다.

좋은 반응에 용기를 얻어 ‘작지만 달콤한 비법’이란 이름으로 SNS에 하나둘 웹툰을 연재했다. 잘 그린 그림은 아니었다. 그래도 일상의 한 장면, 마음이 움직인 순간, 누군가에게 건네고 싶은 말을 한 컷의 그림에 담아두고 싶었다. 아이를 키우는 일상, 부부간 이야기, 가족과 부딪치고 화해하는 시간을 그리며 그 시간이 나의 모난 부분을 깎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는 마음을 키워줬다는 것도 함께 기록했다.

내가 꺼낸 이야기는 부족함과 서투름, 어려웠던 순간의 기록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것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됐다. 때론 숨기고 싶은 상처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독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감사했다. 그때 알았다. 사람들은 완벽한 성공담보다는 솔직한 고백에 더 깊이 감동하기도 한다는 것을.

웹툰 연재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교사 노동조합 활동을 본격화하고 국회에 들어오면서 일상은 빠르게 바빠졌다. 바빠진 일상만큼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넓어졌고 담고 싶은 이야기도 조금씩 늘어갔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광장에 선 시민들, 남태령까지 경운기를 몰고 온 농민들의 모습, 각자의 자리에서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마음을 보태는 사람들을 볼 때, 그 장면들을 틈틈이 스케치했다.

언젠가 국회에 와서 겪은 이야기도 그리고 싶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 목소리, 회의장 안팎에서 이어진 치열한 토론의 순간들, 의원실 직원들과 함께 웃고 울며 버틴 날들까지. 국회도 결국 사람들이 모여 희로애락을 나누는 공간이다. 과거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된 것처럼 언젠가 그려볼 이곳의 이야기도 정치에 대한 공감으로 닿을 수 있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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