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재편하는 M&A 시장… 선별적 투자의 시대 [삼일 이슈 프리즘]

입력 2026-08-19 00:23  

AI가 재편하는 M&A 시장… 선별적 투자의 시대 [삼일 이슈 프리즘]

이 기사는 08월 19일 00:2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은 뚜렷한 구조적 변화를 겪었다. 거래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하며 최근 6년 내 최저치를 기록한 반면, 거래 금액은 오히려 42% 급증하며 2조 3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러한 '선택과 집중'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AI 주도권 확보를 위한 50억 달러 이상의 메가 딜들이 경쟁적으로 이뤄지면서, M&A 시장은 소수의 대형 거래가 시장 전체를 이끄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뀌고 있다.

하반기에도 AI 확산과 에너지 전환, 공급망 재편이 주요 투자 테마로 이어질 전망이다. 기업들은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 대규모 '빌드(Build)'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핵심 기술과 역량을 신속하게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M&A인 '바이(Buy)'를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PwC는 올해 글로벌 M&A 거래 금액이 2021년 이후 최대 규모인 약 4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AI 인프라 확보 경쟁의 시작
하반기 M&A 시장은 AI 경쟁력 확보를 중심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글로벌 경제가 AI와 에너지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2050년까지 전 세계 인프라 투자 규모는 누적 15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력, 교통, 산업 제조 등 핵심 인프라 분야가 투자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AI 확산에 따른 데이터 처리 수요 증가와 에너지 전환이 이러한 투자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업들은 단순한 외형 성장보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AI는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닌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으며,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력망 등 AI 인프라를 둘러싼 투자 및 인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통신 분야에서는 AI 컴퓨팅 역량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면서 관련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

산업별 투자 논리 또한 AI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미디어 산업에서는 단순한 콘텐츠 제작 역량보다 콘텐츠 지적재산권(IP)의 수익화 능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AI 시대에는 양질의 데이터와 콘텐츠가 중요한 전략 자산으로 평가되면서 관련 자산 확보를 위한 투자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헬스케어 산업 역시 소비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와 플랫폼 비즈니스가 새로운 투자 테마로 부상하고 있다. AI 기술이 신약 개발과 맞춤형 의료 서비스에 빠르게 접목되면서 관련 기업과 자산에 대한 투자 및 M&A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선별적 투자 시대, 산업별 M&A 동향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며, 인플레이션 우려로 시중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사모펀드(PE)의 투자 회수 지연과 자산 보유 장기화로 시장 유동성 공급까지 위축되면서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투자자들의 투자 전략과 자산 배분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제는 자본 효율성과 회수 가능성을 중시하는 선별적 투자 기조가 시장을 지배한다. 투자자들은 자본 효율성과 회수 가능성을 더욱 중시하며, 제한된 자금을 성장성과 전략적 중요성이 높은 자산에 집중하고 있다. 이른바 '머스트해브에셋(Must-have Asset)', 반드시 가져야 할 핵심 자산에 초점을 맞추고 그 외 투자에는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산업재·자동차 분야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안정성이 핵심 이슈로 부상하면서, 기업들은 자동화와 디지털 역량 확보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단순히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효율성과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투자 전략이 바뀌고 있다.

금융 산업에서는 규모의 경제 확보와 비용 효율화를 위한 동종 업계 간 통합이 지속되고 있다. 동시에 디지털 자산 및 AI 기반 운영 역량 확보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전통적인 금융기관들은 핀테크 기업과의 M&A나 파트너십을 통해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소비재 분야에서는 승계 및 사모펀드 엑시트(자본회수)에 따른 매물 공급 증가가 예상되는데, 이는 투자자들에게 저평가된 우량 자산을 확보할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민성장펀드가 여는 한국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
글로벌 흐름과 마찬가지로 국내 M&A 시장의 상반기 거래 건수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었으나, 거래 금액은 27% 증가하며 회복세를 나타냈다. 전략적 대형 거래와 기업 구조조정 수요가 이러한 성장을 견인했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헬스케어 분야가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거래 건수는 31%, 거래 금액은 97% 증가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투자 재원 확보와 사업 재편을 위한 전략적 거래가 활발히 이뤄진 결과다. IT·통신&미디어 분야도 75%의 거래 금액 증가율을 기록하며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AI 중심 사업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AI 인프라 및 신사업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와 포트폴리오 재편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소비재 분야에서는 해운업계의 대형 M&A가 눈에 띈다. 거래 건수는 9% 감소했으나 거래 금액은 48% 급증했다.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한 전략적 투자가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재·자동차 분야에서도 자동차 생산에서 유통까지 아우르는 통합 밸류체인 구축과 포트폴리오 재편을 위한 대형 거래가 이어졌다.

하반기 가장 주목할 요소는 20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다. 2030년까지 매년 40조 원씩 집행되는 이 펀드는 첨단전략산업 육성과 M&A 자금 공급을 뒷받침하며, 글로벌 조달 환경 악화 속에서도 한국 시장에 안정적인 자금 공급을 보장한다. 이는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의 M&A를 활성화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M&A 시장 참여자를 위한 새로운 전략
M&A 시장 참여자들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먼저 선제적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거시경제 및 지정학적 변수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의 변동성이 큰 만큼, 유연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가 경쟁력의 핵심이 된다.

둘째, AI 경쟁력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기업들은 AI 시대의 핵심 가치 사슬 내에서 자사의 포지션을 명확히 정의하고, 부족한 역량은 M&A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신속하게 보완해야 한다. AI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체를 재구성하는 메가트렌드이기 때문이다.

셋째, 투자 기회를 재정의해야 한다. AI 인프라, 전력, 첨단 제조 등 구조적 수요가 증가하는 수혜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 동시에 산업 재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평가된 우량 자산을 선별적으로 확보하는 전략도 유효하다.

올해 M&A 시장은 AI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민성장펀드로 무장한 한국 시장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과거의 성공 공식에서 벗어나 빌드(Build)와 바이(Buy)를 전략적으로 병행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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