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 1970년대생 임원의 사장 진급이 윗세대인 1960년대생의 ‘장기 집권’에 가로막히고 있다. 2010년대 초반 기업 고성장기에 대거 임원으로 발탁된 60년대생이 정년 연장 수혜까지 누리며 공고히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에서는 숙련된 정보기술(IT)로 무장한 1980년대생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70년대생이 선배 세대에게는 조직 내 네트워크에서, 후배 세대에게는 디지털 경쟁력에서 밀리며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0년대생이 현재 70년대생 연령이던 10년 전에는 상황이 달랐다. 2015년 말 5개사 사장단 39명 가운데 60년대생은 8명으로 20.5%를 차지했다. 같은 나이였을 때 윗세대는 사장단의 5분의 1을 차지했지만, 70년대생 비중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러다 보니 사장 이상 직급에선 ‘고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 사장단의 평균 연령은 2015년 말 58.2세에서 지난해 말 59.9세로, 현대차는 60.2세에서 61.8세로 높아졌다. SK하이닉스도 59.0세에 이르렀다. 70년대 중·후반생 임원 가운데 사장에 오른 인물은 한 명도 없었다. 지난해 말 5개사에 재직 중인 1973~1979년생 임원은 962명에 달했지만 이들이 오른 최고 직급은 부사장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80년대생이 위협적으로 약진하고 있다. 5개사에 재직 중인 1980년대생 임원은 2019년 말 2명에서 2022년 말 27명, 작년 말 86명으로 크게 늘었다. 신규 임원 중 80년대생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3.9%에서 작년 11.1%로 치솟았다. 작년 새로 임원을 단 243명 가운데 27명이 80년대생이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70년대생은 강한 위계 문화와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을 모두 경험한 세대지만 어느 쪽에서도 충분히 인정받지 못해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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