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역사를 거꾸로 돌려놓은 무기가 K9 자주포다. 1980년대 한국군의 주력 자주포는 미국 M109 기술을 들여와 면허생산한 K55였다. 하지만 북한 장사정포에 대응하기 위한 독자 무기가 필요했다. 우리 손으로 세계 정상급 자주포를 개발하기로 했다. 사거리 40㎞, 분당 최대 6발, 30초 이내 초탄 발사라는 성능을 목표로 잡았다.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중심으로 100여 개 업체가 달라붙었다.개발 과정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미국산 엔진은 내구시험을 견디지 못했고 장전장치는 부서지고 차체에는 균열이 생겼다. 1997년 연속사격 시험 중 발생한 화재로 개발자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10년 가까운 시행착오 끝에 1999년 양산에 들어간 것이 K9 ‘썬더’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전을 통해서는 ‘실전 입증(combat proven)’ 이력을 더했다. 당시 북한군이 170여 발의 포탄을 퍼붓자 해병대가 K9으로 80여 발을 원점 타격하며 세계에 뛰어난 성능을 각인시켰다.
K9은 이후 자유주의 진영의 무기로 진화했다.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인도 산악지대, 호주 사막, 핀란드와 노르웨이 설원에도 배치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에는 폴란드가 대규모로 도입했다. 운용국들은 2022년부터 ‘K9 유저클럽’에 모여 운용 경험과 개량 방향을 공유한다.
그 K9이 마침내 미국 본토에 상륙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 육군 포병 현대화 사업의 K9MH 시제품 공급 계약을 따내면서다. 한국산 완성형 무기체계가 미 육군에 공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조받은 무기에서 면허생산으로, 이후 독자 개발에서 세계가 함께 쓰는 무기 플랫폼으로. K9의 미국 상륙은 한국 방위산업이 반세기 만에 이뤄낸 극적인 반전의 역사다.
이심기 수석논설위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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