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美北회담, 양국 결정할 일…美가 오랜 대북 적대정책 바꿔야"

입력 2026-08-19 17:38   수정 2026-08-20 02:10

왕이 "美北회담, 양국 결정할 일…美가 오랜 대북 적대정책 바꿔야"

한국을 방문한 중국 외교 수장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중국의 방침을 확인하면서도 미·북 정상 간 대화 중재에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장관·사진)은 19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중국의 미·북 정상회담 중재 여부에 대해 “북한과 미국 사이에 결정할 일이며, 특히 미국은 오랫동안 유지해온 대북 적대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미·북 간 담판에 개입하기보다 거리를 두면서 미국이 선제적으로 유화 제스처를 취해야 한다는 중국의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해석된다.

왕 부장은 현재의 한·중 관계에 대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개선과 발전의 궤도에 들어섰으며 이는 양국 이익에 부합하고 양국 국민의 바람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며, 한국은 바로 우리 곁에 있다”며 “한·중 협력 강화는 한국의 발전에도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작년 9월 중국 베이징 회담 이후 11개월 만에 다시 만난 양국 장관은 한·중 양자관계, 한반도 정세와 지역 및 국제 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조 장관은 오는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중 정상 간 한반도 문제가 긍정적으로 논의될 수 있도록 왕 부장에게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대화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북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려면 개최국인 중국의 조율이 필요하다. 북한이 APEC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김정은이 중국에 가려면 별도 초청 등으로 중국이 관여해야 한다.

중국에도 미·북 대화 재개에 관여할 유인이 있다. 북한이 핵 능력을 계속 강화하면 역내 군비 경쟁이 촉발돼 중국의 안보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북·러 밀착으로 상대적으로 약해진 대북 영향력을 회복하는 차원에서도 중국이 미·북 대화 재개에 일정한 역할을 모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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