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금리 치솟는데 中은 '역주행'…경기 냉각에 국채로 몰리는 돈

입력 2026-08-19 12:06   수정 2026-08-19 14:29

美·日 금리 치솟는데 中은 '역주행'…경기 냉각에 국채로 몰리는 돈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의 장기 국채 금리가 수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가운데 중국 채권시장만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시중 자금이 기업 투자와 소비 대신 국채로 몰리고 있어서다. 중국의 장기금리 하락은 추가 통화완화 기대를 반영하는 동시에 중국 경제의 고질적인 ‘돈맥경화’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중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15%까지 떨어져 지난해 11월 하순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10년물과 30년물의 금리 차이는 약 0.5%포인트로 좁혀져 지난 2월 이후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지난 14일 30년물 국채 선물 미결제약정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장기금리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들의 베팅이 늘어난 결과다.

세계 채권시장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프랑스 장기 국채 금리도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일본 역시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재정적자 확대와 인플레이션 우려로 주요국 장기채가 일제히 매도되는 가운데 중국 국채만 강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중국 국채 랠리에 불을 붙인 것은 악화한 경기 지표다. 지난달 중국의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투자 지표가 일제히 시장 전망치를 밑돌면서 추가 경기부양과 통화완화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경기 회복이 지연될수록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만기가 긴 국채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뤼핀 중타이증권 애널리스트는 10년물과 30년물 간 금리 차 축소를 올해 남은 기간 위험 대비 보상이 가장 좋은 거래로 꼽았다. 중타이증권은 30년물 국채 금리가 향후 2%까지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량쉬 국련민생증권 애널리스트도 4분기 30년물 금리가 2.0~2.05%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국채 강세가 중국 경제에 반드시 좋은 신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시중에 풀린 돈이 기업 투자와 소비로 흘러가지 않고 채권 등 금융자산에 머물고 있다는 의미여서다. ‘경기 부진→통화완화 기대→국채 매수→장기금리 하락’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고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레이먼드 청 스탠다드차타드 북아시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중국 경제에서 아직 내수 주도의 뚜렷한 회복 신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다른 주요국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는 것과 달리 중국 시장은 계속 금리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과 주요국 간 금리의 ‘디커플링’이 심해지는 것도 부담이다. 중국 금리는 떨어지고 미국 등 주요국 금리가 오르면 금리 차가 확대돼 중국에서 해외로 자금이 빠져나가고 위안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장·단기 금리 차가 지나치게 좁아지면 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로 돈을 버는 중국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도 악화할 수 있다.

향후 변수는 중국 정부의 추가 부양책과 채권 공급이다. 상반기 지연됐던 지방정부 채권 발행이 3분기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단기적으로 국채 가격 상승세가 꺾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대규모 채권 공급이 소화된 뒤에도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지 않는다면 장기금리의 하락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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