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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세계 주요 주가지수의 대형주 쏠림을 지적하며 한국 증시를 주요 사례로 들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인공지능(AI) 반도체주가 코스피를 좌우하면서 지수가 시장 전체의 흐름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반도체 업황이 흔들릴 때 증시 전체의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18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는 “S&P500과 세계 주요 벤치마크 지수가 더 이상 실제 주식시장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가 코스피를 구성하는 830여개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을 바탕으로 집중도를 계산한 결과, 코스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13개 종목을 같은 비중으로 담은 지수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두 종목에 40%…코스피 변동성 키웠다
코스피 집중도가 높아진 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중 확대가 큰 영향을 미쳤다. 두 회사의 코스피 합산 비중은 지난 6월 한때 40%를 넘어섰다. 앞선 몇 년간 25%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높아졌다. 코스피는 시가총액이 큰 종목일수록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두 회사의 몸집이 불어나면서 주가 등락이 코스피 전체를 움직이는 힘도 세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두 회사가 같은 반도체 경기를 탄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다. 글로벌 AI 투자가 늘고 메모리 수요 기대가 커지면 함께 오르지만 전망이 꺾이면 동시에 흔들릴 가능성도 높다. 대형주가 여러 업종으로 나뉜 시장보다 충격을 분산하기 어렵다.
실제 상장기업의 산업 구성과 대표지수 사이의 간극도 크다. 반도체와 기술 하드웨어를 생산하는 기업은 한국 상장사 200곳 가운데 한 곳에 불과하다. 기업 수로는 일부인 반도체 업종이 지수에서는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셈이다.
이 같은 구조는 변동성으로 이어졌다. 지난 5~7월 글로벌 AI 투자 규모에 대한 전망이 수시로 바뀌면서 코스피 변동성은 지난해 평균의 네 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지수는 평균 3거래일에 한 번꼴로 5% 이상 움직였다. 7월 28일에는 11% 급락했고 사흘 뒤에는 18% 급등했다. 올해 상반기 한국거래소가 거래를 일시 중단한 경우도 다섯 차례에 달했다.
한국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ETF 선호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수익과 손실을 확대하는 레버리지 ETF에 대한 높은 선호가 코스피를 더욱 요동치게 한다"고 평가했다.
대형주 쏠림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 S&P500에서 엔비디아의 비중은 약 8%에 달한다. 엔비디아 주가만 3% 움직여도 나머지 499개 종목이 그대로라면 S&P500은 같은 방향으로 약 0.25% 움직인다는 의미다. 대만의 쏠림은 한국보다 더 극단적이다. TSMC 한 종목이 자취안지수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스위스도 ‘빅5’가 절반…차이는 업종 분산
대형주 집중도가 높아도 업종이 분산돼 있으면 양상이 달라진다. 스위스 SPI는 로슈·노바티스·네슬레·ABB·UBS 등 5개 기업이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지만 제약·식품·산업재·금융 등 사업 영역이 서로 다르다. 스위스 상장사 두 곳 가운데 한 곳가량도 이들 산업에 속해 지수와 실제 시장의 산업 구성 사이 괴리가 작다.상위 종목의 주가 성격도 한국·대만과 다르다. 로슈·노바티스·네슬레 등은 이익이 안정적이고 배당도 꾸준해 기술주보다 주가가 덜 출렁이는 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집중됐다고 변동성이 반드시 커지는 것은 아니다”며 “스위스 상위 기업들은 AI 설비투자 사이클의 부침에 좌우되지 않는다”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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