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다음은 어디인가"…전문가가 꼽은 '알짜 종목'

입력 2026-08-19 14:54   수정 2026-08-21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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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00포인트에 육박했던 코스피가 7월 말 장중 한때 5200포인트까지 밀리면서 투자자들에게 쉽지 않은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다행히 8월 들어 증시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4일 6977.94까지 회복한 데 이어 18일 장 초반에는 미국 반도체주 강세와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다시 7100선을 넘어섰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 반등을 주도하면서 시장의 관심도 다시 반도체로 집중되는 모습이다.

이번 반등을 단순한 기술적 반등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다. 2분기 실적 시즌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실제 이익 수준이 확인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다시 ‘주가’에서 ‘이익’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KOSPI200의 2026년 예상 영업이익은 약 924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약 630조원을 차지해 전체의 68%에 달한다. 과거 메모리 호황이었던 2017년에도 두 기업의 이익 비중은 크게 높아졌지만 연간 기준으로 50%를 넘지는 않았다. 반도체 기업들의 높은 성장성은 국내 증시에 분명한 긍정적 요인이지만, 동시에 일부 기업에 대한 이익 집중도가 유례없이 높아졌다는 점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하반기에도 기업들의 절대적인 분기 이익은 증가하겠지만, 증가율은 점차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 역시 절대적인 이익 규모는 증가하는 반면 이익 성장률은 둔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밸류에이션에서도 비슷한 특징이 나타난다.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은 과거 하단에 위치해 있지만, 반도체 기업의 가파른 이익 증가가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P/E는 이미 과거 고점 수준에 근접해 있다. 반면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은 역사적 고점 수준이다. 기업 이익이 자본보다 빠르게 늘면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개선된 영향이다. 그동안 높은 ROE가 높은 P/B를 정당화해 왔지만, 하반기 들어 이익 증가율이 둔화된다면 시장은 단순한 실적 모멘텀뿐 아니라 밸류에이션에도 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지금부터는 지수 자체의 방향보다 기업별 이익의 방향과 밸류에이션을 함께 살펴봐야 하는 시점이다.
다시 주목받는 반도체, 중요한 것은 ‘실적의 크기’보다 ‘기대치의 변화’
2분기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반도체의 이익 규모였다. 삼성전자는 2분기 매출 171조원, 영업이익 89조4천억원을 기록했고, SK하이닉스 역시 매출 79조3천억원, 영업이익 60조5천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약 61% 증가했다.

하지만 실적의 절대적인 숫자만 놓고 보면 시장의 기대치가 얼마나 높아졌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였음에도 증권가 컨센서스를 약 5% 밑돌았고,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현재 반도체 주가가 단순히 ‘좋은 실적’을 요구하는 단계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시장은 이제 실제 실적이 얼마나 좋은지가 아니라, 시장의 예상치를 얼마나 넘어서는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그럼에도 반도체 업종을 국내 증시의 최선호 업종으로 판단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실적의 방향성이 여전히 유효하고, 이에 비해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핵심은 단순한 PC나 스마트폰 수요 회복이 아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속되면서 HBM뿐 아니라 서버용 DRAM과 기업용 SSD 등 데이터센터 전반의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2분기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 개선에는 범용 DRAM 가격 상승과 HBM 판매 확대, 북미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기업용 SSD 수요 증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HBM 생산 비중이 확대되면서 일반 DRAM의 공급 여력이 제한되는 구조도 나타나고 있다. AI용 고부가 메모리 생산이 늘어날수록 전체 메모리 생산능력이 단순히 증가하는 것만으로는 수요를 충분히 충족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빅테크 및 AI 데이터센터 고객과의 장기 공급계약 확대 역시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 가시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따라서 최근 시장에서 제기되는 메모리 가격의 피크아웃 우려만으로 이번 사이클의 종료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본다.
중국의 추격, ‘따라잡느냐’보다 ‘어디까지 올라왔느냐’가 중요
물론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기술 추격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할 변수다.

중국이 이미 반도체 공급망의 일부 영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PCB와 후공정처럼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분야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하지만 AI 반도체 공급망의 상위 단계로 올라갈수록 상황은 달라진다. 인터포저와 첨단 패키징, HBM, 최첨단 파운드리로 갈수록 기술력뿐 아니라 장비, 소재, 수율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높은 진입장벽을 넘어야 한다.

현재 주류인 HBM3E에서 차세대 HBM4, HBM4E로 세대가 올라갈수록 단순한 DRAM 생산능력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HBM은 DRAM을 수직으로 적층하는 후공정 기술뿐 아니라 베이스 다이, TSV, 미세 범프, 열 관리, 검사, 수율 등 다양한 기술이 동시에 요구되기 때문이다.

첨단 반도체 생산에서 EUV 노광장비는 사실상 ASML이 독점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수출통제 등으로 최첨단 EUV 장비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DUV 장비와 멀티 패터닝 등을 활용해 첨단 공정을 구현하려 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화 속도가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첨단 반도체에서는 단일 장비 하나를 확보한다고 경쟁력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노광장비뿐 아니라 소재, 식각, 증착, 검사, EDA, 패키징 등 수많은 기술이 동시에 필요하다. 특히 미세공정이 복잡해질수록 수율과 생산원가의 차이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따라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단순히 ‘중국이 곧 한국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도, 반대로 ‘중국은 절대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격차의 크기보다 격차가 줄어드는 속도다. ‘중국 반도체가 한국을 따라잡을 것인가’보다 ‘중국이 AI 반도체 공급망의 어느 단계까지 올라왔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오히려 HBM4 이후에는 기술 난도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HBM의 세대가 올라갈수록 적층 단수가 증가하고 더 높은 대역폭과 전력 효율, 발열 관리가 요구된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본딩과 같은 차세대 패키징 기술까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중국의 추격이 국내 메모리 산업의 구조적 경쟁력을 훼손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물론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IT 제품 가격 부담과 AI 투자 효율성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반도체 업종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메모리 가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거나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가 둔화될 경우 주가 변동성은 다시 확대될 수 있다.

그럼에도 메모리 산업은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와 제조기술, 생산능력, 수율 관리 역량이 동시에 필요한 산업이다. 후발업체가 단기간에 선두 업체와의 기술 및 원가 경쟁력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 메모리 업체들의 구조적인 경쟁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한다.

결국 반도체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올랐느냐’가 아니라 향후 이익이 얼마나 더 증가할 수 있느냐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단기적인 주가 조정이 나타날 때마다 다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시장이 실적 발표 직후의 숫자에만 집중하기보다는 3분기와 4분기, 나아가 2027년까지 이익 추정치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도체 다음은 어디인가
다만 이번 2분기 실적 시즌을 통해 한 가지 변화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국내 증시의 투자 기회가 더 이상 반도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실적을 보면 조선, 증권, 건설, 통신,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기계 등 일부 업종은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에너지, 2차전지, 화학, 상사·자본재, IT하드웨어 등은 상대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이번 실적 시즌은 업종별 이익 차별화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반도체 다음으로 관심을 가져볼 만한 업종으로는 우선 조선을 꼽을 수 있다.

조선업은 반도체와 달리 수주잔고가 향후 실적의 가시성을 높여준다는 장점이 있다. 과거 저가 수주 물량이 점차 소진되고 고선가 수주 물량이 실적에 반영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으며, 수주잔고 역시 상당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글로벌 선박 발주와 고부가 선박 수요의 수혜를 받고 있다. 조선업은 수주 이후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산업인 만큼 현재의 실적뿐 아니라 향후 수년간의 수주잔고와 선가, 원가 구조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만 조선주 역시 이미 상당 부분 재평가가 진행됐다는 점은 부담이다. 따라서 단순히 업황이 좋다는 이유로 추격 매수하기보다는 향후 실적 추정치가 지속적으로 상향되는 기업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증권업종 역시 이번 2분기 실적을 계기로 관심을 높여볼 필요가 있다.

증권업은 반도체나 조선처럼 산업 구조적인 슈퍼사이클을 기대하는 업종은 아니다. 하지만 거래대금 증가와 주식시장 활성화, IB 및 자산관리 부문의 회복, 주주환원 확대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이미 높은 성장 기대를 상당 부분 반영한 일부 성장주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부담이 낮은 밸류에이션에서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최근 실적 리뷰에서도 증권업은 시장의 기대치를 웃도는 업종으로 분류됐다.

따라서 반도체와 조선이 ‘이익 성장’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업종이라면, 증권은 ‘실적 개선과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업종으로 볼 수 있다.
전력기기와 방산, 성장성만큼 밸류에이션도 봐야
전력기기와 방산 역시 중장기적으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될수록 GPU와 HBM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변압기와 배전설비, 전력망 투자도 함께 증가해야 한다.

대표적인 A사의 경우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4.3% 증가했다. 상반기 신규 수주도 3조2천억원으로 연간 가이던스의 상당 부분을 이미 달성하면서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전력 인프라 수요의 구조적인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방산 역시 유럽의 재무장과 글로벌 국방비 증가, 한국산 무기체계의 수출 확대라는 구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B사의 경우 폴란드향 K2 전차 인도가 확대되면서 향후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으며, 대규모 수출 파이프라인도 확보하고 있다.

다만 전력기기와 방산에는 공통적인 부담이 있다. 바로 높은 밸류에이션이다.

좋은 산업이라는 사실과 좋은 투자 대상이라는 사실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전력기기와 방산의 장기 성장성이 높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 기대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급등 이후에는 추격 매수보다 조정 시 접근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낮은 밸류에이션도 하나의 투자 기회
자동차와 은행은 또 다른 의미에서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두 업종의 공통점은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이다.

은행은 실적의 폭발적인 증가보다는 안정적인 이익과 주주환원 확대가 중요한 투자 포인트다. 자동차 역시 반도체나 방산처럼 높은 성장 프리미엄을 받을 필요는 없지만, 현재의 낮은 밸류에이션에서 이익 안정성이 확인된다면 멀티플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다.

국내 증시가 반도체 중심의 상승 이후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면 자금은 크게 세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첫째는 여전히 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은 반도체다.

둘째는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이익 가시성이 높아지고 있는 조선·방산·전력기기다.

셋째는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에서 실적 개선과 주주환원을 기대할 수 있는 증권·은행·자동차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K-뷰티 수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화장품과 기술수출 및 신약 개발 성과가 이어지고 있는 바이오 역시 중장기적인 순환매 후보로 볼 수 있다.

반면 2차전지와 화학, 철강, 유통 등은 아직 업황 회복의 강도와 이익 추정치의 방향을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밸류에이션이 낮아졌다는 이유만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실제 이익 추정치가 상승세로 돌아서는지를 확인한 뒤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지수가 아니라 이익의 방향

2분기 실적 시즌이 국내 증시에 던지는 메시지는 비교적 명확하다.

이제 시장은 ‘모든 업종이 함께 좋아지는 시장’이 아니라 이익이 증가하는 업종과 그렇지 않은 업종의 차별화가 심화되는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투자 전략 역시 지수의 방향을 예측하는 데만 집중하기보다 기업의 이익과 밸류에이션을 함께 살펴보는 접근이 필요하다.

필자는 여전히 반도체를 국내 증시의 최선호 업종으로 판단한다. 다만 반도체 이후의 시장을 준비한다면 이익 개선이 확인되고 있는 전력기기, 조선, 방산, 금융, 화장품, 자동차 등으로 관심의 범위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


본 견해는 소속기관의 공식 견해가 아닌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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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하나증권 용산WM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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