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비싸질 줄 알았는데"…바나나 가격 '뚝' 떨어진 이유 [프라이스&]

입력 2026-08-21 06:00   수정 2026-08-21 09:16

"더 비싸질 줄 알았는데"…바나나 가격 '뚝' 떨어진 이유 [프라이스&]


고환율과 국제유가 상승으로 수입 과일 가격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와 달리 바나나 도매가격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불과 3개월 전보다 20% 가까이 하락했고 1년 전과 비교해도 10%가량 싸졌다. 주산지인 필리핀의 공급량이 회복된 데다 최근 원·달러 환율까지 안정되면서 물류비 상승 부담을 상쇄한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한경 프라이스 플랫폼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서부도매시장에서 수입 바나나 상품 13㎏ 평균 가격은 2만8600원으로 집계됐다. 일주일 전 2만7500원보다는 4.0% 올랐지만 1년 전 3만1500원과 비교하면 9.2% 낮다. 특히 지난 5월 3만5700원과 비교하면 3개월 만에 19.9% 떨어졌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바나나 가격을 끌어올릴 요인이 많았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월 한때 1500원을 넘어서며 수입업체의 원가 부담을 키웠다. 여기에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도 크게 올랐다. 지난 19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91.62달러에 거래를 마쳐 1년 전보다 약 39% 높은 수준이다.

바나나 가격이 내려간 가장 큰 배경으로는 산지 공급 회복이 꼽힌다. 한국에 들어오는 바나나의 주요 공급처인 필리핀은 코로나19와 병충해, 이상기후 등의 영향으로 한동안 생산과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물량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필리핀의 지난해 바나나 수출량은 293만t으로 전년보다 25.6% 증가했다. 코로나19와 바나나에 치명적인 곰팡이병인 ‘파나마병(TR4)’ 등의 영향으로 위축됐던 생산 기반이 회복된 영향이다. 필리핀은 지난해 바나나 수출국 세계 2위 자리도 되찾았다.

올해 들어서도 필리핀의 바나나 수출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필리핀의 바나나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23.3% 늘었다. 산지 물량이 충분히 공급되면서 고환율과 물류비 상승이 국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흡수하고 있는 셈이다.

환율 부담이 최근 들어 낮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월 1500원을 웃돌기도 했지만 지난 19일에는 1380원대 후반까지 내려왔다. 수입대금을 달러로 지급하는 과일 수입업체 입장에서는 상반기보다 구매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필리핀산 바나나 관세 인하도 가격을 낮추는 요인이다. 2024년 말 발효된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기존 30%였던 필리핀산 바나나 관세는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발효 첫해부터 매년 6%포인트씩 관세가 낮아지는 구조다. 다만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별도로 시행하는 할당관세가 있어 실제 수입 원가는 적용 시기와 물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바나나 가격이 원유나 환율 움직임과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입 과일 가격에는 환율과 운송비뿐 아니라 산지 작황과 수출물량, 관세, 국내 재고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다. 올해 바나나는 유가 상승이라는 악재보다 산지 공급 회복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나면서 지난해보다 낮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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