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1년생 새우깡은 올해 쉰다섯 살, 1983년생 빼빼로와 꼬깔콘은 마흔세 살이다. 사람으로 치면 중년이 된 과자들이 편의점과 마트 매대를 여전히 장악하고 있다. 수많은 신제품이 매년 쏟아지지만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과자 10개 중 상당수가 1970~1980년대 태어난 장수 브랜드였다.
빼빼로가 세상에 나온 것은 1983년이다. 막대 모양 비스킷에 초콜릿을 입힌 제품으로 출발해 43년 동안 끊임없이 모습을 바꿔왔다. 오리지널 초코에서 아몬드·누드 등으로 제품군을 넓힌 데 이어 딸기쿠키, 달고나, 고구마, 로즈블랙티 등 유행에 맞춘 한정 제품도 꾸준히 내놨다. 롯데웰푸드 사업보고서에도 계절별 신규 맛을 개발해 제품군을 확장하는 전략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최근엔 ‘한국적인 맛’도 입히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남해 유자를 활용한 빼빼로를 개발하는 등 지역 농산물과 장수 브랜드를 결합하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마흔을 훌쩍 넘긴 과자지만 새로운 맛을 계속 갈아 끼우며 10·20대 소비자와 접점을 유지하는 전략이다.
롯데웰푸드는 빼빼로를 연 매출 1조원의 글로벌 메가 브랜드로 키운다는 목표도 세웠다. 빼빼로데이를 중심으로 해외 마케팅을 강화하고 K팝 스타를 모델로 기용하는 등 국내 장수 과자를 글로벌 브랜드로 바꾸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오래된 제품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이미 높은 인지도를 가진 브랜드에 새로운 맛과 마케팅을 덧붙여 수명을 연장하는 방식이다.

55년 동안 같은 새우맛만 고집한 것도 아니다. 매운새우깡을 비롯해 2021년에는 새우 함량을 기존 제품보다 두 배로 높이고 블랙트러플을 더한 ‘새우깡 블랙’을 내놨다. 지난해에는 알싸한 맛을 입힌 ‘와사비새우깡’도 출시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스낵이면서도 끊임없이 변주를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아재 과자’들의 힘은 3위 아래에서도 드러난다. 1988년 출시된 오리온 포카칩은 지난해 1167억원의 매출을 올려 3위를 차지했다. 이어 오리온 초코파이(928억원), 해태제과 홈런볼(840억원), 롯데웰푸드 꼬깔콘(802억원)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오리온 오징어땅콩(679억원)과 해태제과 맛동산(650억원) 등도 10위권에 들었다.
나이로 따지면 상위권은 더 화려하다. 새우깡이 1971년생으로 올해 55살, 초코파이는 1974년생으로 52살이다. 빼빼로와 꼬깔콘은 나란히 1983년생으로 43살, 포카칩도 1988년생으로 38살이 됐다. 신제품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시장에서 서른~쉰 살을 넘긴 제품들이 여전히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롯데웰푸드 가나도 비슷하다. 지난해 매출은 716억원으로 전년보다 9.3% 증가했다. 1975년 출시돼 올해로 51년 된 브랜드지만 최근에는 ‘가나 디저트 하우스’ 등을 통해 단순한 판초콜릿에서 디저트 브랜드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식품업계가 장수 브랜드를 다시 키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새우깡이나 빼빼로처럼 수십 년간 쌓아온 인지도를 가진 제품은 새로운 맛과 디자인만으로도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 부모가 먹던 과자를 자녀가 다시 사 먹는 세대 간 소비도 강점이다.
국내 과자 시장에서 ‘나이’는 약점이 아니라 자산이 되고 있다. 55살 새우깡에는 와사비를 입히고, 43살 빼빼로에는 새로운 맛과 K콘텐츠를 얹는 방식이다. 신제품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검증된 장수 브랜드를 젊게 만드는 것이 식품업계의 또 다른 성장 공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장수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이미 맛과 품질에 대한 신뢰가 형성돼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라며 “기존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맛과 마케팅을 더해 젊은 소비자와 해외 시장까지 공략하는 전략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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