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컨소시엄에 밀려 난 루센트블록…신설 혁신위 1호 과제 되나

입력 2026-08-20 10:47   수정 2026-08-20 10:48

공룡 컨소시엄에 밀려 난 루센트블록…신설 혁신위 1호 과제 되나



국무총리 주재로 19일 열린 '창업생태계 강화 대토론회'에서 조각투자 스타트업 루센트블록의 사례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규제샌드박스로 시장 검증을 마친 기업이 정작 제도화 단계에서 진입이 막히는 이른바 '샌드박스 절벽' 문제가 정부 최고위급 논의 테이블에 또 한 번 오른 것이다.

이날 서울 마포구 SVC에서 열린 대토론회에서 박대희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는 "규제 개혁을 통해 샌드박스로 성장했다 하더라도, 시장성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다음 단계에서 막히면 결국 절벽으로 떨어진다"며 "대전 기업인 루센트블록의 경우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성장하고 300억원을 투자해 시장화에 성공했지만, 결국 인가에서 선정되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것들을 우리가 상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루센트블록은 2021년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규제샌드박스)에 지정돼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를 운영해 온 대전 소재 핀테크 기업이다. 회원 약 50만명을 확보한 루센트블록은 지난 2월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심사에서 대형 컨소시엄에 밀려 탈락했다.

당시 루센트블록의 예비인가 탈락으로 업계에서는 진입 규제 구조 문제가 불거졌다.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인가는 2곳 제한 경쟁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이후 실증을 마친 사업자가 재차 요건을 갖췄는지 심사받을 수 있는 절차는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심사를 받을 기회 자체가 없는, 사실상 시장 진입이 원천 차단된 구조인 셈이다.

이 문제는 이달 들어 정부 안팎에서 잇달아 거론돼 왔다. 지난 12일 대전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소통 간담회에서도 샌드박스 실증을 마친 사업자의 제도권 진입 문제가 제기됐고, 이후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루센트블록에 재도전 기회를 주기 위해 추가 예비인가 신청을 받아달라는 의견을 냈다며, 국무총리와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들과 이 안건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대토론회까지 포함하면 이달에만 세 번째 공개 거론인 셈이다.

정부는 향후 벤처업계에 규제 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구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성숙 총리는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별도의 '중소·벤처·스타트업 규제혁신 대토론회'에서 규제합리화위원회 산하에 신산업·신기술 분야 창업벤처기업을 위한 '창업벤처 혁신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19일 대토론회에서도 규제합리화위원회 안에 별도 위원회를 두어 관련 의견을 빠르게 모으겠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인가 처분 자체는 금융위 소관이지만, 실증을 마친 사업자의 제도권 진입 경로가 없다는 '규제 공백'은 이 신설 기구가 다룰 수 있는 영역이다.

벤처업계에서는 샌드박스 절벽의 상징이 된 루센트블록 사례가 신설 혁신위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위 역시 지난 6월 샌드박스 지정 시점부터 배타적 운영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을 발표한 바 있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샌드박스를 믿고 수년간 실증한 기업이 제도화 문턱에서 퇴장한다면 다음 창업자는 무엇을 믿고 도전하겠느냐"며 "신설 혁신위가 이 사례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규제샌드박스 제도 전체의 신뢰를 가늠할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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