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중성원자 양자컴퓨팅 기업 파스칼과 국내 양자-AI 하이브리드 플랫폼 기업 퀀텀인텔리전스(QIC)가 금융·신약·신소재 분야에서 양자컴퓨팅의 산업 적용 가능성을 검증한다.
퀀텀인텔리전스는 20일 파스칼과 국내 산업 현장에서 양자컴퓨팅의 실질적인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한 기술 협력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양자 하드웨어와 국내 데이터·알고리즘·산업 특화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실제 산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번 협력은 양자컴퓨터의 성능을 개별 알고리즘 수준에서 시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산업 데이터와 업무 과제를 기반으로 양자컴퓨팅이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파스칼이 양자 하드웨어와 클라우드 리소스, 개발 환경을 제공하고 퀀텀인텔리전스가 이를 금융·신약·신소재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양자-AI 하이브리드 솔루션으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금융 분야에서는 퀀텀인텔리전스와 NICE평가정보가 금융기관의 대출 심사와 금리·한도 결정 전략을 고도화하는 연구를 추진한다. 파스칼은 이를 위한 양자컴퓨팅 인프라를 제공한다.
금융기관은 대출 신청자의 신용위험을 관리하는 동시에 승인율과 수익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심사 규칙과 금리, 대출 한도, 고객군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늘어날수록 가능한 조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기존 컴퓨팅 방식만으로 최적의 전략을 빠르게 찾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NICE평가정보가 보유한 가명·비식별 처리 테스트 데이터셋을 활용한다. 퀀텀인텔리전스의 금융 특화 양자-AI 플랫폼 ‘핀텔리크’와 파스칼의 중성원자 양자컴퓨터를 연동한다.
AI가 고객별 신용위험 등 데이터에 내재된 패턴을 예측하고, 양자 최적화 기술은 이 결과와 금융기관의 운영 조건을 토대로 대출 심사 규칙과 금리·한도의 최적 조합을 탐색한다. 부실 위험뿐 아니라 승인율과 수익성을 함께 고려한 양자-AI 기반 대출 의사결정 모델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기존 고전 컴퓨팅 방식과 비교해 최적화 결과의 품질과 연산 효율성, 확장 가능성도 정량적으로 검증한다. 단순 금융시장 예측이나 시뮬레이션을 넘어 금융기관의 실제 여신 운영과 연결되는 의사결정 문제에 양자컴퓨팅을 적용하는 게 특징이다.
신약 후보물질의 효과와 안전성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후보물질과 표적 단백질 사이 결합 구조뿐 아니라 분자 내부의 전자 분포와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계산해야 한다. 하지만 분자 구조가 복잡할수록 계산량이 크게 늘어나 기존 방식으로 정확도와 연산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쉽지 않다.
양사는 전이금속이 포함된 CYP450 효소계와 암 표적 단백질 CA9를 중심으로 양자 전자구조 계산과 분자 도킹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후보물질과 단백질 간 결합 가능성과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분석해 유망 신약 후보를 선별하는 초기 탐색 과정을 단축하는 것이 목표다.
양자컴퓨팅을 독립적인 계산 도구로 활용하기보다 기존 AI 기반 후보물질 생성·분자 설계 기술과 결합해 신약 개발의 정확도와 효율성을 높이는 ‘산업형 양자-AI 파이프라인’을 검증한다는 설명이다.
신소재 분야에서는 파스칼의 양자컴퓨팅 인프라와 퀀텀인텔리전스의 양자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한다. 주요 실증 대상은 항공·방산 분야에서 쓰이는 초내열합금과 친환경 에너지 분야의 그린 암모니아 생산에 필요한 질산염 환원 전기촉매다.
초내열합금은 구성 원소 조합과 미세구조에 따라 성능이 크게 달라지고 전기촉매도 원자 구성과 표면 구조에 따라 반응 효율과 선택성이 결정된다. 탐색 가능한 소재 조합이 방대해 실험만으로 최적 후보를 찾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양사는 양자 머신러닝을 활용해 소재의 조성과 구조, 물성 간 관계를 분석하고 유망 후보를 선별하는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후보 소재 탐색에서 설계·검증까지 이어지는 양자컴퓨팅 기반 신소재 개발 파이프라인의 가능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파스칼의 오픈소스 개발 프레임워크 ‘펄서’와 양자 회로 표준인 ‘OpenQASM 3.0’을 연계해 개발한 알고리즘을 다양한 양자 개발 환경과 하드웨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현재 양자컴퓨터가 가진 노이즈와 제한적인 연산 규모를 고려해 양자 에뮬레이션과 양자 오류 완화(QEM) 기술도 적용한다. 실제 양자 하드웨어의 결과를 고전 컴퓨팅 및 에뮬레이션 결과와 교차 검증해 연산 결과의 신뢰성과 재현성을 높일 계획이다.
정형주 파스칼 한국 대표는 “한국이 보유한 금융 데이터 인프라와 전문 연구 역량, 퀀텀인텔리전스의 산업 특화 양자-AI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중성원자 양자컴퓨팅의 실질적인 산업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겠다”며 “금융과 신약, 신소재처럼 계산 복잡도가 높은 분야에서 양자컴퓨팅이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환호 퀀텀인텔리전스 대표는 “글로벌 양자 하드웨어 기업과 국내 데이터 기업, 산업 특화 소프트웨어 기업이 하나의 실증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대출 의사결정과 신약 후보물질 탐색, 첨단소재 설계와 같은 산업 현장의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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