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4구역 또 제동…국가유산委, '유적 보전 방안' 심의 보류

입력 2026-08-20 18:16   수정 2026-08-21 00:57

서울 종로구 세운4구역(투시도) 개발에 다시 제동이 걸렸다. 국가유산위원회가 유적 보전 방안 심의를 또다시 보류해 사업 지연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종묘 경관 훼손 논란에 이어 매장유산 문제까지 겹쳐 개발 속도가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19일 열린 국가유산위원회 제4차 매장유산분과에서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신청한 ‘세운4구역 유적 보존 방안’을 심의한 결과 “사업시행계획(변경) 확정 이후 재심의가 필요하다”며 보류 결정을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2024년 1월 첫 보류 이후 2년7개월 만의 재심의였지만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세운4구역에서는 조선시대 방범시설인 ‘이문’을 비롯해 건물터, 배수로, 도로 등 다양한 유적이 확인됐다. SH는 건물 지하 1층에 ‘문화유산 광장’을 조성하고 유적을 전시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매장유산 보존 방안 심의와 국가유산청장의 발굴조사 완료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사는 진행할 수 없다.

문제는 문화유산 보존과 도심 개발 간 충돌이 특정 사업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3월 ‘세계유산법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하며 규제 범위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세계유산 100m 이내 지역은 물론, 거리와 관계없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문화재 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서울시는 이 개정안이 적용되면 6개 자치구 38개 정비사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한양의 수도성곽’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파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올해 1월 한양도성의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했으며, 내년 제4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이 내려진다.

등재가 확정되면 성곽 양측 100m 구간이 세계유산지구로 지정된다. 여기에 시행령 개정안까지 적용되면 사실상 도심 개발이 어려워질 수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종로구 효제동·창신동, 중구 서소문·양동구역 등 도시정비형 재개발 15곳과 용산구 동후암1구역, 서대문구 홍제동 일대 등 주택정비사업 9곳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문화재 보호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개발과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노후 도심 방치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도시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한양 도시계획의 기본은 내사산 경관을 지키는 것”이라며 “원칙을 유지하되 불합리한 규제는 조정해야 지속 가능한 도심 개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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