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나 저축은행에 맞는 계량모형 아닌가요.”최근 만난 보험업계 관계자가 예금보험공사의 예금보험료율 재산정에 활용된 한국금융학회 연구용역을 두고 한 평가다. 그는 “새 보험회계기준(IFRS17)에 따라 자산과 부채를 시가평가하는 보험에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예보는 18년 만에 전 금융권을 상대로 예보료를 일괄적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9월부터 예금자보호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되자 늘어난 비용을 금융업권별로 분담시키겠다는 취지다. 파산 금융회사가 증가한 것도 예보료 인상 요인이 됐다.
문제는 다른 업권보다 보험업계 부담이 유독 많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용역안에 따르면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의 예보료율은 0.15%에서 각각 0.5%, 0.4%로 오른다. 두 번째로 오름폭이 큰 저축은행은 0.4%에서 0.54%로 0.14%포인트 상승한다. 전 금융권을 통틀어 보험사만 몇 배로 뛰자 보험업계가 가장 당황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보험사들은 보험업의 회계적 특성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연구용역안에서는 특정 시점에 부채를 고정하고 자산이 부채보다 적은 경우를 부도로 판단해 부도율을 산출하는 모형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IFRS17에서는 자산과 부채가 동시에 움직인다. 보험사가 자산·부채의 가중평균 만기(듀레이션)를 잘 맞췄다면 금리 변동으로 시장 상황이 바뀌어도 자산과 부채는 비슷하게 움직여 자본 변동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금융학회가 채택한 모형에서는 부채가 고정되므로 보험사의 부도율이 높게 산정될 수 있다는 게 보험업계 주장이다.
예보료율 인상이 보험사의 수익성과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도 논란거리다. 보험계약마진(CSM)은 보험계약을 통해 미래에 거둘 이익으로, 잔액이 클수록 보험사가 미래에 얻는 이익이 많다. 이에 비해 예보료는 보험계약에 필요한 사업비(부채)로 잡힌다. 예보료가 오르면 CSM 잔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급여력비율(K-ICS·킥스)도 하락해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금자 보호 강화라는 정책 방향에 이견은 거의 없다. 다만 2009년 이후 예보료율 체계는 변하지 않았는데 2023년 IFRS17 도입으로 보험업계 상황은 달라졌다. “용역안 계량모형은 과거 원가평가 방식인 IFRS4 체계에 적합하다”(한승엽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보험업계의 목소리를 간과하면 보험사는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 보험 가입자에게 예보료 인상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예보료율 논의 과정에서 보험업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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