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대법원장을 거세게 몰아세우는 것은 대통령과 만나 제청하는 관례를 깨고 일방 통보했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시한 태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 측은 이재명 대통령과의 면담을 지속적으로 요청했으나 만남의 기회를 얻지 못해 차선책으로 청와대 민정수석과 사전 협의를 거쳐 서면 제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대법원의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후보자 제청을 놓고 청와대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해서 관례를 깨고 사실상 통보한 것은 협의 여지를 스스로 없앤 것이나 마찬가지다. 노태악 대법관 퇴임 후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법관 공백 사태는 5개월을 넘겼다. 재판 지연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보게 된다.
여당도 관례를 깬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있지만 대법원장의 인격을 모욕하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즉각적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 김 대표는 취임사에서 “언어도, 정책도, 태도도, 문화도 진화할 것”이라며 품격 있는 정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 여당에서 나오는 언어는 진화가 아니라 심각한 퇴행을 보여주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이 대통령의 선거법 재판 파기환송 후 자리잡은 양측의 깊은 불신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헌법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청권을 대법원장에게 부여한 것은 행정부나 정치권력으로부터 사법부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헌법적 장치다. 여권은 과도한 공세를 자제하고 법적 절차에 따라 대법관 임명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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