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암 정복사에서 1971년은 특별한 해다.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그해 12월 국가암퇴치법에 서명하며 ‘암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막대한 연구비를 쏟아부으면 암도 감염병처럼 퇴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암은 끈질기게 변신하며 여전히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진보가 없지는 않았다. 국내 암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74%다. 올해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 기준이다. 암환자 10명 중 약 7명이 5년 이상 생존한다. 1993~95년에는 43%에 불과했다. 매년 29만 명 가까이는 새로 암 진단을 받는다. 암은 여전히 사망 원인 1위로, 전체 사망자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암은 하나의 질병이 아니다. 화학항암제부터 표적·면역항암제까지 치료제는 진화를 거듭했지만 반응률은 20~30%에 그치고 있다. 같은 암이라도 환자마다 종류가 다르고, 유전자 변이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치료용 백신이 수십 년간 도전과 실패를 거듭한 이유다.
숨바꼭질 같던 암과의 전쟁에 희소식이 전해졌다. 모더나와 머크의 개인맞춤형 메신저리보핵산(mRNA) 암 백신 인티스메란이 3상 시험에 성공하면서다. 원리는 이렇다. 환자 종양의 유전 정보를 읽어 암 돌연변이를 찾는다. 그중 면역반응을 잘 일으킬 신생 항원을 골라 유전정보를 mRNA에 담는다. 여기에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함께 투여한다. 면역세포에 ‘암세포 수배전단’을 쥐여주고 골라잡는 식이다. 코로나19 백신을 통해 효능이 입증된 mRNA 플랫폼이 암 치료에 접목된 것이다. 고위험 흑색종 환자 1137명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재발과 원격전이를 유의미한 수준으로 줄였다.
물론 이를 ‘암 정복’이라고 부르기에는 이르다. 암의 최초 발생을 막는 백신도 아니다. 수술 뒤 숨어 있는 암세포를 찾아 재발과 전이 위험을 낮추는 치료제다. 그럼에도 환자의 종양을 분석해 ‘나만의 백신’으로 치료하는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업적이다. 닉슨의 선언 이후 반세기, 암 정복을 향한 인류의 도전이 개인 맞춤 치료라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심기 수석논설위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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