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낮춘 급매도 안 팔린다"…다급해진 강남 집주인들

입력 2026-08-21 06:00   수정 2026-08-21 09:30


지난 3일 정부가 초고가 주택의 세 부담을 높이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후 서울 강남권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닥쳤다. 급매성 매물이 늘면서 아파트값은 2주째 하락했고 거래는 뚝 끊겼다. 올 5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때와 달리 강남권 집값 눌림이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까지 절세 매물 나올 것”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17일 기준) 서초구 아파트 매매가는 한 주 동안 0.09% 내렸다. 지난주(-0.04%)보다 하락 폭이 0.05%포인트 커졌다. 강남도 -0.02%에서 -0.05%로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상대적으로 초고가 아파트가 많지 않은 송파(0.12%→0.10%)는 상승세를 유지했다. 강남권 집값이 내려간 것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급매가 쏟아졌던 지난 2~5월 이후 3개월 만이다.

이번에는 세제 개편안이 기폭제가 됐다. 종합부동산세율 인상이 초고가 주택에 집중된다.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는 2028년 20억원, 2029년부터는 10억원까지만 받을 수 있다.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2009년 준공) 인근 C공인 관계자는 “퍼스티지는 워낙 오래된 아파트여서 양도차익이 수십억원인 집주인이 적지 않다”며 “내년까지 절세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강남 3구 아파트 매물은 2만4504개로 지난 3일(2만2182개)보다 10.5%(2322개) 증가했다. 서울 전체 증가량(4843개)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강남구가 가장 많은 1041개(11.0%) 늘었다.

호가를 대폭 낮춘 급매도 등장하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전용면적 170㎡는 최저 호가가 78억원 수준으로 최고가 거래(99억원)는 물론 7월 거래(91억5000만원)보다 10억원 넘게 낮다.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전용 159㎡도 47억원에 급매가 나왔다. 최고가(55억5000만원) 대비 8억원가량 하락했다.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 84㎡는 44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최고가(57억5000만원) 및 최근 거래(54억5000만원)보다 10억원가량 낮은 급매다. 거래는 활발하지 않다.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도 급매 나와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도 급매가 나오고 있다. 서초구 ‘신반포2차’ 전용 68㎡ 최저 호가는 48억5000만원으로 지난달(56억2000만원)보다 7억7000만원 낮다. 작년 10월 61억5000만원으로 최고가를 찍은 단지다.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앞두고 조합원 지위 양도가 막히기 전에 집을 팔려는 움직임이다. 신반포4차, 압구정2구역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재건축 추진 단지는 주거 환경이 열악해 비거주 집주인이 많다”며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을 때 집을 팔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남권은 급매를 비롯한 절세 매물이 계속 나오면서 집값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2028년부터 본격적으로 세 부담이 늘기 때문에 내년 말까지는 고가 매물이 많이 나올 것”이라며 “당분간 ‘강남 불패’는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강남권 하락에도 서울 전체 아파트값은 0.22% 올라 지난주(0.21%)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중저가 지역 강세 때문이다. 성북구는 한 주 동안 0.45% 올랐다. 올해 상승률은 11.83%에 달했다. 서대문(0.44%), 중랑(0.44%), 중(0.41%), 강북(0.41%) 등도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경기에서는 성남 중원(0.50%), 수원 권선(0.47%), 광명(0.47%), 화성 병점(0.46%), 군포(0.42%) 등이 많이 올랐다.

임근호/구은서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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