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대화 재개를 시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 재개로 이루려는 목표가 여전히 비핵화냐’는 질문에 “그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며 대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무기 57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북 정상 간에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거래가 성사되면 한반도 안보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오기 직전인 지난 19일 밤 X(옛 트위터)에 “한·미 연합연습과 야외기동훈련 축소를 통해서라도 한반도에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 여건을 조성하려는 트럼프 대통령님의 의지와 노력에 공감하며 그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썼다. 대북 대화 재개를 시도하는 트럼프 대통령 행보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으로 해석하며 치켜세운 것이다.
북한의 콧대가 높아진 건 2019년 하노이 회담 때와 상황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핵 능력 자체가 확대됐다. 당시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은 20~30개로 추정(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됐지만 올해는 약 60개로 평가됐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 투발 수단도 지속적으로 고도화했다. 대외 여건 역시 달라졌다. 북한은 러시아에 병력과 무기를 지원하며 군사동맹에 가까운 수준으로 관계를 끌어올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북하는 등 북·중 고위급 교류도 복원됐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등에서 뚜렷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채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북한이 ‘회담이 더 급한 쪽은 미국’이라고 판단한다면 먼저 대화 테이블에 나가기보다 미군의 한반도 내 전략자산 전개 조정 등 더 큰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미국 본토를 겨냥한 ICBM 위협을 줄이는 대신 북한의 핵무기는 남겨두는 방식으로 합의하면 미국에는 ‘북핵 위험 관리’라는 성과가 되지만 한국은 핵 위협을 그대로 떠안는다.
한편 북한은 이날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0여 발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긴급안보상황점검회의를 개최했다.
김다빈/한재영 기자/워싱턴=이상은 특파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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