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만 해선 돈 못 벌어요"…'투잡' 뛰는 원장님들 곡소리 [벼랑 끝 사장님]

입력 2026-08-22 08:51  

"학원만 해선 돈 못 벌어요"…'투잡' 뛰는 원장님들 곡소리 [벼랑 끝 사장님]

<i>"원장이 학원만 운영해서는 돈을 벌기 어려우니까 오전에는 다른 일을 하고, 오후부터 학원에 나왔다. 학원 하나만으로는 수입이 안 되니까 사실상 투잡을 한 것이다."</i>

경기 고양시 일산 동구의 한 학원에서 근무했던 A씨가 전한 학원장의 모습이다. 아이들은 줄어드는데 학원과 교습소는 넘쳐나면서 동네 학원가가 생존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원생을 채우기 어려운 상황에서 임대료와 인건비까지 뛰자 규모를 줄이거나 다른 업종을 함께 운영하고, '투잡'으로 버티는 원장까지 등장했다.
◇ 학생·사교육비는 줄었는데…학원·공부방은 '포화'
22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7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7% 감소했다. 전체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47만4000원에서 45만8000원으로 3.5% 줄었고, 사교육 참여율은 80.0%에서 75.7%로 떨어졌다.

학생 수도 줄고 있다. 지난해 초·중·고 학생은 약 502만명으로 전년보다 11만명가량 감소했다. 초등학생은 249만5005명에서 234만5488명으로 약 15만명 줄었다.


반면 학원 공급은 크게 늘었다. 국세청 100대 생활업종 사업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교습학원과 교습소·공부방 사업자는 2017년 말 8만2935곳에서 2025년 말 12만9638곳으로 56.3% 증가했다. 올해 6월에는 13만1959곳까지 늘었다.

특히 교습소·공부방은 2017년 2만7767곳에서 지난해 6만1792곳으로 122.5% 급증했다. 같은 기간 교습학원은 5만5168곳에서 6만7846곳으로 23.0% 증가했다.

교습소와 공부방은 대형 학원보다 작은 공간과 적은 초기 비용으로 시작할 수 있어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 기존 학원 강사의 독립과 소수정예·밀착 관리 수요 등이 맞물리면서 학령인구 감소와 반대로 공급은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울산 울주군의 한 학원에서 근무했던 B씨는 "예전에는 3층짜리 건물 전체를 학원으로 썼는데 지금은 1층만 학원으로 운영하고 있더라"며 "학생 수가 줄어 2~3층은 스터디카페로 바꿔 같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안 오르는 비용이 없다"…원비는 마음대로 못 올려

원생 경쟁에 비용 부담까지 겹치고 있다. 서울 노원구의 한 학원가에서 국어·영어학원을 운영하는 원장은 "인건비도 오르고 임대료도 오르고, 안 오르는 비용이 없다"며 "그런데 학원비는 분당 단가가 정해져 있어서 마음대로 올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학원은 특강이나 온라인 강의로 추가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작은 학원은 쉽지 않다"며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분당 단가는 그만큼 따라오지 않으니 갈수록 힘들다"고 했다.

맞벌이 가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셔틀버스도 부담이다. 인근 학원 강사는 "부모가 직접 학원마다 데려다줄 수 없어 셔틀이 있는 곳을 많이 찾는다"며 "작은 학원은 차량에 기사, 아이들과 함께 탈 선생님까지 있어야 해 비용을 감당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 소규모 학원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셔틀을 공동 운영하기도 한다.

늘봄학교 확대도 일부 학원에는 변수다. 한 수학학원 원장은 "예전에는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이른 오후부터 학원에 왔는데 이제는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며 "실제 수업할 수 있는 시간은 줄었는데 월세 같은 고정비는 그대로"라고 말했다.
◇ 잘 가르치는 것만으론 부족…'관리'까지 떠안는 학원들

소형 학원들은 대형 학원과 차별화하기 위해 밀착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한 영어학원 강사는 "대형 학원에 갔다가 아이를 제대로 관리해주지 않는 것 같아 다시 작은 학원으로 오는 경우도 있다"며 "맞벌이 부모가 많다 보니 집에서 해주기 어려운 부분까지 학원에서 챙겨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잘 가르치는 것만큼 얼마나 꼼꼼하게 관리해주느냐가 경쟁력이 됐다"면서도 "혼자 운영하는 학원은 수업하면서 이런 관리까지 다 해야 하니 더 힘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소규모 교습소에서는 운영 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이 지역에서 30년간 영어학원을 운영한 한 원장은 "교습소는 면적에 따라 받을 수 있는 학생 수가 제한돼 있는데 기준이 몇 년 동안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며 "조금만 현실적으로 완화해줘도 학생 서너 명은 더 받을 수 있다. 작은 교습소에는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가 이어지면서 기존 학원가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수학학원 원장은 "길어야 앞으로 5년 정도라고 본다"며 "젊은 부부들이 신도시로 빠져나가고 그쪽에는 학생과 학원이 새로 몰리고 있다. 여기 있는 학생들이 계속 빠져나가면 이 학원가도 예전 같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김희선/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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