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잇따라 실제 경제 흐름을 빗나가고 있다. 인공지능(AI)발 슈퍼 반도체 호황 효과는 보수적으로, 중동 전쟁에 따른 성장 하방 위험은 상대적으로 과하게 반영한 탓이다. 오는 27일 발표될 8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올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반도체 호황 국면이라지만 불과 한 달 여 뒤의 경제 흐름을 전망한 수치마저 크게 빗나갔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2월 경제 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0%로 전망했다. 5월엔 이를 2.6%로 상향했다.
하지만 실제 흐름을 한은의 예상보다 훨씬 가팔랐다. 1분기 GDP는 전분기 대비 1.8% 성장했다. 한은이 2월 전망에서 제시한 1분기 성장률 전망치 0.9%의 두 배에 달했다. 2분기에도 성장률은 0.6%를 기록했다. 2분기가 3분의 2 이상 완료된 5월 말 전망한 0.2%보다 0.4%포인트 높았다. 분기 종료를 불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내놓은 전망치와 실제 경제 흐름 간 오차가 지속적으로 크게 벌어지고 있다.

한은은 2분기 재화 수출이 전분기 대비 1.6%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1.0% 증가했다. 설비투자도 0.5% 감소할 것으로 봤지만 실제로는 0.2% 늘었다. AI 관련 수요 확대를 배경으로 반도체 수출과 투자가 한은의 예상보다 훨씬 강한 흐름을 보인 것이다.반면 건설투자는 한은의 예상보다 부진했다. 한은은 2분기 건설투자가 0.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0.2%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 효과는 보수적으로, 반면 중동 전쟁에 대한 하방 위험은 과하게 반영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한은이 5월 전망을 발표했던 당시 8개 주요 글로벌 IB의 한국 경제성장률 평균 전망은 2.8%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3.1%)와 JP모간(3.0%), 시티(3.0%) 등 이미 3%대 성장률을 제시한 곳도 있었다.
시장에선 오는 27일 한은이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최소 3%대 초반으로 상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 2분기 성장률에 한은이 5월 전망한 3(0.0%), 4분기(0.4%) 성장률을 대입하기만 해도 올해 경제 성장률은 약 3.2%로 추산된다. 5월 제시한 수치와 0.6%포인트나 차이나는 셈이다. 한은 일각에선 3%대 후반도 가능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글로벌 주요 IB 8곳이 제시한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 평균이 3.2%라는 점에서 '뒷북 전망'이라는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JP모간(3.8%)과 씨티(3.7%) 등은 이미 3% 후반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한 상황이다. 최근 무디스도 1.8%에서 3.5%로 전망치를 조정했다.
한은의 전망 오차가 올해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는 0.2%였지만 실제 속보치는 -0.3%였다. 한은은 건설투자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점 등을 오차의 원인으로 설명했다. 2024년 1분기 성장률은 한은의 전망치 0.5%를 크게 웃도는 1.3%를 기록했다. 같은 해 3분기 성장률은 0.1%에 그쳐 한은의 전망치 0.5%를 크게 밑돌았다.
경제전망에는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이 뒤따른다. 한은 역시 전망치 자체보다 경제 흐름에 따라 전망을 어떻게 수정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전 한은 총재도 과거 전망치 수정이 해외 중앙은행에서도 흔한 일이라며 전망의 한계를 설명해왔다.
다만 전망 오차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사후적으로 전망치를 수정하는 방식만으로는 ‘뒷북 전망’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한은의 경제전망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 판단의 주요 근거로 활용된는 점에서 더 정교할 필요가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은 안팎에서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분석 역량과 전문가 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AI 투자 사이클이 한국의 수출과 설비투자,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어서다. 한 한은 출신 대학 교수는 “최근 전망 오차는 반도체 산업이 본격적인 호황에 들어선 상황을 충분히 포착하지 못한 데 따른 것”며 “한국 경제를 이끄는 반도체 산업의 경기 변화를 정교하게 분석하고 전망할 수 있는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관련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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