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인 돈 받아주세요" 기업들 줄섰다…中서 등장한 '이 직업' [차이나 워치]

입력 2026-08-21 14:38   수정 2026-08-21 14:45

"떼인 돈 받아주세요" 기업들 줄섰다…中서 등장한 '이 직업' [차이나 워치]



중국에서 지방정부가 기업에 지급하지 못한 공사비와 민관협력사업(PPP) 대금을 대신 받아주는 채권 회수 컨설턴트가 새로운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방정부 재정난이 장기화하면서 계약을 이행하고도 수년째 돈을 받지 못하는 민간 기업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기계적인 독촉에 그치지 않고 정부 예산과 지방 국유기업 자산, 금융회사까지 분석해 실제 지급 재원을 찾아주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 정부가 민영기업에 대한 미지급금 해소를 법제화하면서 관련 시장은 당분간 커질 전망이다.
지방정부 채권 회수 '전문가 시대’
21일 중국 경제관찰보에 따르면 중국 전역에서 이른바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한 채권 회수 전문 컨설턴트가 많아지고 있다. 업계에선 하나의 신사업 분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들은 지방정부를 상대로 밀린 사업비를 회수하는데 특화됐다. 사업의 검수·성과평가 여부부터 지방정부의 지급 능력과 의지를 진단하고, 필요하면 은행과 지방 국유기업을 끌어들여 자금 조달 구조까지 짠다.

과거 PPP 사업은 공사 준공과 검수, 운영 성과평가 등 계약상 조건을 충족하면 지방정부가 약정한 사용료나 사업비를 지급하는 구조였다. 일부 절차가 남아 있어도 지방정부가 기성금을 먼저 지급한 뒤 사후 정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방정부의 핵심 재원인 토지사용권 매각 수입이 줄고 세수 증가세까지 둔화하면서 대금 지급이 지연되기 시작했다. 지방정부가 “검수가 끝나지 않았다”거나 “운영기간 성과평가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지급 시점을 늦추는 사례도 늘었다. 계약상 지급 의무와 실제 지급 능력이 분리되기 시작한 것이다.



경제관찰보는 "기업이 지방정부에서 돈을 받아내기 위해 따져야 할 요소도 복잡해졌다"며 "계약상 지급 조건이 충족됐는지, 지방정부가 실제로 지급할 재정을 갖고 있는지, 재정 여력이 있더라도 해당 기업에 우선적으로 돈을 지급할 의지가 있는지 등을 파악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기존 채권 회수 방식도 효용성을 잃었다. 과거엔 상급 정부에 민원을 넣거나 지방정부의 경영환경 평가를 압박하는 방식이 효과를 냈다. 민영기업 미수금 문제가 지방정부의 행정평가와 연결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정난이 깊어진 뒤에는 정치적·행정적 압박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하게 됐다.
지방정부 미수금 회수가 신사업으로
이런 상황에서 최근 등장하기 시작한 채권 회수 컨설턴트들은 사실상 지방정부 재무구조 조정에 가까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지방정부 산하 도시투자회사와 협의해 자금을 조달하거나 기업이 가진 지방정부 상대 채권을 금융회사에 담보로 제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지방정부가 보유한 토지나 국유기업 지분 등 자산을 넘겨받아 미수금과 상계하는 방안도 활용되고 있다. 그저 채권추심이 아니라 지방정부가 지급할 수 있는 자산과 현금흐름을 찾아내는 작업인 셈이다.

기업과 정부, 은행이 함께 상환 일정을 조정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은행은 PPP 사업 대출의 만기를 연장하고 기업은 원금 회수를 늦추는 대신 채권을 정상 자산으로 유지시킨다. 그리고 지방정부는 성과평가와 채무확인 절차를 계속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상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업이 당장 전액을 회수하기보다 손실 인식을 피하면서 시간을 버는 차선책이다.

일각에선 중국 지방정부의 재정난이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넘어 구조적 문제로 번졌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업이 계약대로 사업을 수행하고도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면서 채권 회수 자체가 별도의 전문 영역으로 분화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정부가 민영기업 미지급금 해소를 법제화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지방정부의 세수와 토지 매각 수입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 회수 컨설팅 시장이 커진다는 건 결국 지방재정 정상화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역설적이게도 지방정부 재정이 얼마나 빨리 정상화되느냐에 따라 이 시장의 성장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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