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이 울리면 카메라를 켠다. 버스를 기다리다가, 라면 물을 올리다가, 과제를 하다가 그 순간을 2초 남짓한 영상으로 찍어 친구에게 보낸다. 잘 나온 사진이 아니어도 괜찮다. 공들인 문구도 없다. 자랑할 것도 숨길 것도 없는 일상의 순간을 그대로 주고받는다. 앱 ‘셋로그(SETLOG)’가 요즘 세대의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이용자들이 공통으로 꼽는 매력은 ‘피로감이 없다’는 점이다. 모두가 근사한 모습을 연출해야 하는 인스타그램과 달리, 셋로그에서는 꾸미지 않은 나를 내보여도 된다. 어느새 SNS는 접속하는 순간 궁금하지도 않은 타인의 소식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공개된 무대’가 됐다. 애매하게 친한 사이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정말 가까운 사람들과만 소통하고 싶다는 욕구, 즉 ‘잘 보여야 하는 무대’에 대한 피로의 반작용이 폐쇄형 일상 공유 앱으로 향하고 있다.
채점받지 않는 소통을 향한 갈망도 중요한 요인이다. 인스타그램에 사진 한 장을 올리는 일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좋아요’와 댓글, 조회수라는 숫자가 곧바로 따라붙고 게시물은 그 점수판 위에서 끊임없이 평가된다. 무엇을 올릴지 고르고, 어떻게 보일지 다듬고, 반응을 살피는 과정은 어느덧 작은 노동이 됐다. 반면 셋로그의 2초는 가까운 친구들에게 지금 이 순간을 공유하는 일에 그친다. 평가에서 벗어난 소통이 주는 해방감이 셋로그의 핵심 매력이다.이 같은 현상은 한국 특유의 정서와도 관계가 있다. 한국 사회는 특정 집단에 속해 있다는 사실에서 안정감을 얻는 정서가 존재한다. 과거 친구들끼리 돌려쓰던 ‘공유 일기’가 유행했듯 특정한 관계망 안에 들어와 있다는 소속감이 일상 공유를 자연스럽게 확산시킨다. 자주 연락하지 못하더라도 시간별로 일상을 나누다 보면 하루를 함께 살아간다는 감각이 생긴다. 관계에 지치면서도 동시에 외로움을 호소하는 세대에 셋로그는 부담 없이 ‘함께 있는 느낌’을 제공하는 창구로 작동한다.
한국의 셋로그와 일본의 비리얼은 꾸미지 않은 일상에 대한 갈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셋로그의 부상은 앱 하나의 성공을 넘어서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핵심은 Z세대가 관계와 기록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셋로그를 선호하는 이들은 완성된 콘텐츠로 자신을 증명하는 일이 아니라, 불완전한 하루라도 함께 쌓아가는 행위 그 자체를 원한다.
SNS의 소셜(social)은 본래 동반자를 뜻하는 라틴어 소키우스(socius)에서 유래됐다. 완벽한 나에서 함께 쌓는 우리로, 보여주는 관계에서 곁에 머무는 관계로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이 변화가 어디까지 확장될지 지켜보는 일이 다음 트렌드를 읽는 단서가 될 수 있다. 브랜드 역시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더 완벽한 이미지로 소비자를 설득하려 할 것인가, 아니면 다듬어지지 않은 과정과 진짜 얼굴을 보여주며 곁에 머무는 동반자가 될 것인가. 꾸밈을 덜어낸 자리에 신뢰가 들어선다. 이 역설을 알아차린 브랜드가 소비자와 더 단단한 관계를 맺을 것이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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