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일본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팹)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 공급난에 대응하고 생산 기지도 다변화하자는 차원에서다. 공장 건설이 확정되면 국내 반도체 기업이 일본에 대규모 메모리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첫 사례가 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일본 혼슈 도호쿠 지방의 미야기현을 해외 신규 메모리 팹 후보지 중 하나로 두고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조만간 이 지역을 방문해 현지 인프라 현황을 둘러볼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기존에 발표한 국내 대규모 투자 계획을 예정대로 진행하면서 추가적으로 해외 생산거점을 확장하겠다는 방침이다. 해외에 생산시설을 짓는다고 하더라도 경기 용인 및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를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일본과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과 같은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지 계속 검토하고 있다”며 “일본은 전력과 재료 등 필요한 생태계가 잘 갖춰진 훌륭한 후보지”라고 말했다.공장 건설이 현실화하면 SK하이닉스는 대만 TSMC, 미국 마이크론에 이어 일본 내 제조 공장을 두는 세 번째 외국 반도체 기업이 된다. 투자 후보지로 거론된 미야기현은 일본 정부가 반도체산업 재흥을 위해 공을 들여온 거점 중 하나다.
일본 대표 반도체 장비 기업 도쿄일렉트론의 핵심 생산 기지가 있고, 도호쿠대를 중심으로 반도체 관련 고급 학술·기술 인력 공급이 원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선 일본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와 밀접하게 연계함으로써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아울러 자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일본 정부의 정책적 지원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최 회장도 “일본 반도체 장비·소재 업체와 협력 및 투자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쳐야 할 난관도 적지 않다. 자국 내 메모리 공장 유치를 촉구해 온 미국의 현지 생산 압박이 한층 거세질 수 있어 해외 투자 균형을 둘러싼 기업의 셈법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한국 기업이 일본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데 대한 국내 정서도 해결 과제다. 이 같은 변수를 고려해 SK하이닉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SK하이닉스는 관련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메모리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가 생산기지 구축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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