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상여금 인상과 해고 조합원의 복직, 정년 연장 요구를 고수하며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현대차 노조가 하루 동안 전체 생산 라인을 닫는 전면 파업을 벌인 것은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 포스코와 HD현대는 다음달 파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의 3대 중후장대 산업인 자동차와 조선, 철강 등이 모두 멈춰설 위기에 놓인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억원대 성과급을 지켜본 이들 노조의 눈높이가 높아진 데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도입으로 추가 요구 사항이 늘었기 때문이다.

2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45분과 오후 3시30분 출근할 예정이던 울산, 전북 전주, 충남 아산 등 현대차 기술직(생산직) 조합원 모두 출근하지 않았다. 파업엔 생산직과 사무직 약 3만9000명이 참여했다.
이날 파업으로 현대차 노조의 올해 누적 파업 시간은 60시간(생산라인 중단 기준 120시간)으로 늘었다. 시간당 약 460대인 생산 속도를 감안할 때 누적 5만5200여 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누적 매출 손실액은 2조3000억원 수준이다. 오는 24일과 25일 예정된 부분파업까지 합치면 생산 차질 액수는 3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노조의 요구 사항은 복잡하다. 우선 임금 인상과 별도로 750%인 상여금(통상임금)을 800%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노조 측은 2007년 11조4000억원이던 현대차 사내 보유금이 지난해 기준 101조3000억원으로 늘었으니 지급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측은 중국의 저가 전기차 공세로 고전하는 데다 최대 시장인 미국 수출 관세가 15%로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낮아졌다고 반박했다. 증권가는 현대차 영업이익이 지난해 11조4680억원에서 올해 10조8950억원으로 5.0%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휴머노이드와 새만금 투자 등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투자 재원도 계속 투입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정년 연장 문제 역시 큰 견해 차이를 보인다. 노조는 시행 중인 숙련 재고용 제도를 폐지한 뒤 정년을 2년 연장하는 방안을 요구했다. 노조 측은 이재명 정부의 대선 공약인 만큼 회사가 선제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측은 정년 연장이 법제화될 때 논의하자는 방침이다.
포스코 노조가 사측에 제시한 요구안은 기본급 7.1% 인상과 격려금 600%, 우리사주 50주, 명절 상여금 200% 등이다. 필요 재원만 총 1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요구안의 두 배, 올해 증권사가 전망한 포스코 영업이익(1조2920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노조 요구사항만 보면 올해 회사가 호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올해 포스코 영업이익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원료값·물류비 인상 등으로 전년 영업이익(1조7810억원)보다 27.4% 쪼그라들 전망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요구안이 영업이익의 10% 정도면 오히려 다행”이라며 “이 요구를 다 들어주면 미래 성장동력을 완전히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사측이 직원 보상은 외면하면서 신사업에는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며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협력사 직원 7000여 명을 직접 고용하는 과정에서 기존 정규직 노조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기본급 인상과 ‘영업이익 최소 30% 성과 공유’ 등을 요구하며 이달 25~27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들어간다.
김우섭/양길성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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