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시]
偶聞蚊子習性(우문문자습성)
姜聲尉(강성위)
莫歡夏夜無蚊子(막환하야무문자)
非是屛踪是隱身(비시병종시은신)
秋到水餘溫度落(추도수여온도락)
群飛吸血甚煩人(군비흡혈심번인)
[주석]
* 偶聞(우문) : ~을 우연히 듣다. / 蚊子(문자) : 모기. / 習性(습성) : 습성.
* 莫歡(막환) : ~을 기뻐하지 말라. / 夏夜(하야) : 여름밤. / 無蚊子(무문자) : 모기가 없다.
* 非是(비시) : ~이 아니다. / 屛踪(병종) : 자취를 감추다, 자취가 사라지다. / 是(시) : ~이다. / 隱身(은신) : 몸을 숨기다.
* 秋到(추도) : 가을이 오다. / 水餘(수여) : 물이 넉넉하다. / 溫度落(온도락) : 온도가 떨어지다.
* 群飛(군비) : 떼를 지어 날다. / 吸血(흡혈) : 피를 빨다. / 甚(심) : 심하게, 심히. / 煩人(번인) : 사람을 번거롭게 하다, 사람을 괴롭히다.
[역시]
우연히 모기의 습성을 듣고
여름밤에 모기가 없다고 좋아하지 말아라
자취 사라진 게 아니라 몸을 숨긴 것이니
가을이 와 물기 넉넉해지고 온도 떨어지면
떼 지어 날며 피 빨아 사람 심히 괴롭히리
[시작노트]
숨어 있다가 기어 나오는 것들
얼마 전에 우연히 어떤 유튜브를 보다가 뜻밖의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모기는 필자의 생각과 달리 여름이면 아무 때나, 아무 조건에서나 활개를 치는 곤충이 아니라는 것이다. 너무 시원해도 활동을 멈추고, 뜻밖으로 너무 더워도 움직이지 않는다. 모기가 가장 좋아하는 온도는 25도에서 30도 사이라고 한다. 게다가 조건이 하나 더 있다. 아무리 기온이 맞아도 알을 낳고 새끼를 칠 만한 물웅덩이가 없으면, 그러니까 작은 웅덩이의 물이든 빈 화분 뚜껑에 고인 물이든 얼마간의 물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온도와 물, 이 두 가지가 갖추어지지 않으면 모기는 자취를 감춘 듯 숨어 지낸다.
돌이켜보니 올여름 집 주변에서 모기를 본 기억이 별로 없다. 한반도 전역이 유례없는 가뭄과 폭염에 시달렸으니, 모기들 역시 활동하기 좋은 조건이 아니었던 셈이다. 물이 없으니 번식할 곳이 없고, 기온이 너무 높으니 몸을 움직이기도 버거웠을 터다. 필자는 여름 내내 모기가 없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은근히 좋아했더랬다. 그런데 그 유튜브 영상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모기가 사라진 게 아니라, 그저 조건이 맞지 않아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가을이 되어 물기가 넉넉해지고 기온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면, 다시 예의 그 성가신 소리와 함께 우리 곁으로 돌아올 것이다. 필자가 그 유튜브를 보고 나서 오늘 소개한 이 짧은 한시를 별안간 지었던 것은 소소한 학습에 대한 수업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시를 다 짓고 나서도 짧은 시 네 구절이 필자의 머릿속을 오래도록 감돌았다. 처음에는 그저 한 곤충의 생태를 관찰한 소품쯤으로 여기며 다소 익살스럽게 시를 지었던 것인데, 곱씹을수록 이것이 비단 모기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모기와 참 많이 닮은 부류의 사람들도 얼마간 있다. 다름 아닌, 자신에게 불리한 시절에는 자취를 감춘 듯 숨어 지내거나 목소리를 숨기고 있다가 유리한 조건이 갖추어지는 순간 다시 기어 나와 세상에 해악을 끼치는 ‘못된 정치인’들이다.
생각해 보면 모기의 생리와 이런 부류의 정치인들 처신은 놀라울 만큼 비슷한 구석이 있다. 모기가 활동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했다. 적정온도와 고인 물이 그것이다. 이 못된 정치인들에게도 그들만의 ‘적정온도’와 ‘고인 물’이 있다. 여론이 자신에게 우호적으로 흐르고, 진영의 논리가 힘을 얻고, 견제의 시선이 느슨해지는 그 순간이 바로 그들의 적정온도이다. 그리고 고인 물이란 다름 아닌 그들이 오랫동안 관리해 온 인맥과 이권, 침묵과 방조 속에서 곪아온 부패 혹은 반칙의 웅덩이이다. 이 두 조건이 갖추어지기 전까지 그들은 결코 섣불리 나서지 않는다. 여론이 서슬 퍼렇게 자신을 겨눌 때는 언론 앞에 나서지 않고, 수사가 목전에 다가오면 병원 입원이라는 이름의 은신처로 급히 몸을 옮긴다. 그러고는 국민의 시선이 다른 사건, 다른 이슈로 옮겨가기를 가만히 기다린다. 마치 혹서기(酷暑期)의 모기가 몸을 낮추고 웅크린 채 다음 계절을 기다리듯이 말이다.
그러다 조건이 갖추어지면, 곧 여론의 열기가 식고 사람들의 관심이 옅어지고 진영이라는 방패가 다시 굳건해지면, 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슬며시 다시 얼굴을 내민다. 처음에는 조심스레 인터뷰 하나 발언 하나로 간을 보다가, 반응이 나쁘지 않다 싶으면 곧 예전의 그 뻔뻔함을 순식간에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권 개입이 다시 시작되고, 자숙하겠다던 약속은 슬그머니 잊히고, 오히려 피해자나 비판자를 향해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마치 가을 모기가 여름 내내 숨죽이고 있던 것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떼 지어 달려들어 사람의 피를 빠는 것처럼, 이들도 다시 얻은 권력과 영향력을 이용해 국민의 삶이나 영혼을 갉아먹는다.
더 무서운 것은, 모기가 단순히 성가신 존재에 그치지 않고 말라리아나 뎅기열 같은 병을 옮기는 매개체이듯, 그런 정치인들 역시 단순히 개인적인 흠결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체에 불신과 냉소, 분열이라는 병균을 퍼뜨린다는 점이다. 한 사람의 부정과 몰염치가 방치되고 용인되는 것을 지켜본 사람들은, “정치란 원래 저런 것”이라는 체념을 학습한다. 그 체념이야말로 모기가 옮기는 병보다 훨씬 오래, 훨씬 깊게 공동체를 병들게 하는 진짜 독소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모기 같은 정치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첫째, 모기가 없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먼저 새겨야 한다. 지금 당장 조용하다고 해서, 논란이 잦아들었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진 것은 결코 아니다. 그저 조건이 맞지 않아 잠시 몸을 낮추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방심하는 순간 그들은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 둘째, 모기가 번식하지 못하도록 고인 물을 없애듯, 부패와 반칙이 고일 수 있는 구조적 웅덩이 자체를 없애야 한다. 특정 인물 한 명을 비판하고 넘어가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러한 인물이 다시 기어 나올 수 있는 온상, 즉 견제받지 않는 권력 구조와 침묵의 카르텔을 근본적으로 걷어내야 한다. 셋째,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가 감시의 눈을 풀지 말아야 한다. 모기가 들끓는 계절에 방충망을 걷어버리는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여론의 열기가 한풀 꺾였다고 해서 감시와 견제의 끈을 놓아버린다면, 가을 모기가 그러하듯 그들은 반드시 그 틈새를 파고들어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한시를 짓고 나서 이렇게까지 생각이 뻗어나갈 줄은 필자 자신도 미처 몰랐다. 처음에는 그저 작은 곤충의 생태를 알게 된 소소한 즐거움에서 출발한 글을 예상했는데,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다 보니 결국은 우리 사회의 오래된 병폐를 돌아보는 자리까지 흘러오고 말았다. 어쩌면 이것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자연의 이치는 결국 인간사의 이치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숨어야 할 때 숨고, 나와야 할 때를 노려 기어 나오는 존재는 비단 모기만이 아니다. 우리가 잠시 눈을 돌리는 사이에, 어딘가에서 다음 계절을 기다리며 조용히 몸을 낮추거나 말을 아끼고 있는 이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부디 이 가을에는, 아니 앞으로도 늘, 그런 존재들이 다시는 활개 치지 못하도록 우리 모두가 조금 더 긴 ‘안목의 방충망’을 마음에 쳐두었으면 한다. 여름밤에 모기가 없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듯이, 지금 당장 조용하다고 안심할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가을이 채 오기도 전에 벌써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필자가 오늘 소개한 필자의 졸시는 칠언절구로 압운자가 ‘身(신)’, ‘人(인)’이다.
2026. 8. 25.
<한경닷컴 The Lifeist> 강성위(hans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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