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으로 한강뷰?"…고가 법인주택 42%가 '황제사택'

입력 2026-08-23 10:09  


국세청이 고가 법인주택을 전수 점검한 결과 10가구 중 4가구가량이 사주일가의 사적 공간으로 쓰인 것으로 파악됐다. 공시가격이 100억원을 넘는 법인주택도 12가구였고, 최고가는 200억원을 넘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23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비정상의 정상화, 황제사택 관행 바로 잡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고가 법인주택 전수 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국세청은 국민주택 규모 이상이면서 공시가격 9억원을 넘는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 고가 법인주택 2639가구를 전수 점검했다. 이 가운데 임대용 1157가구와 직원 기숙사 등 업무용 385가구를 제외한 1097가구가 사주일가 거주나 사적 사용 주택으로 파악됐다. 전체의 약 42%다.

규모도 컸다. 사적 사용으로 파악된 법인주택의 공시가격은 평균 20억원을 넘었다. 30억원 초과 주택은 453가구, 100억원 초과 주택은 12가구였다. 최고가는 200억원을 넘었다.

대상 기업도 중소기업에 그치지 않았다. 임 청장은 고가주택을 사적으로 사용한 법인에는 연매출 수십억원대 중소기업부터 수십조원대 대기업까지 포함됐다고 밝혔다.

임 청장은 "현행 세법상 출자 임원과 그 친족이 사용하는 사택 이익 및 유지비는 과세 대상으로 명확히 규정되어 있음에도 변칙 무상 거주가 업계 일각에서 관행처럼 이어져 온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국세청이 공개한 사례에는 서울 강남과 용산, 한강 조망권을 갖춘 초고가 아파트를 사주나 자녀의 고급 사택으로 제공한 기업도 포함됐다. 평직원들에게는 공공연한 비밀처럼 유지된 경우도 있었다.

다주택 규제를 피하기 위해 개인이 보유한 고가주택을 법인에 넘긴 사례도 파악됐다. 직원 복지를 명분으로 100억원이 넘는 고급 콘도를 법인 명의로 확보한 뒤 오너 일가나 일부 임원이 사적으로 사용한 사례도 확인됐다. 일반 직원에게는 사실상 ‘그림의 떡’이었다는 설명이다.

임 청장은 봉급생활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원천징수로 세금을 한 푼도 빠짐없이 납부하고, 사무실에서는 사무용품 하나도 통제받는 봉급생활자 입장에서는 사주의 법인자산 사적 유용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이번 전수조사로 확인된 1097가구가 모두 탈세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국세청은 사적 사용이 의심되는 법인을 중심으로 성실도 전반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임 청장은 "혐의가 확인된 법인의 성실도 전반에 대한 엄정한 세무조사를 할 예정"이라며 "고급 콘도, 회장 유학자녀의 해외 사택 무상 제공이나 유학비 지원 등 법인자금 횡령 행위 전반으로 국세청 검증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사의 공적 영역'과 '오너의 사익 추구' 경계가 모호한 기업들에 대해서 원칙을 명확히 세우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며 “"조세정의를 실현하고, 반칙 특권을 누리는 일부가 아닌 규칙을 지키는 다수가 존중받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번 조치에 대해 "지난 21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반부패정책협의회 연장선상으로 국세청 차원에서 실행하는 후속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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