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4일 오전 10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고메브릿지 동편점. 출국을 앞둔 여행객들이 셀프 주문기 앞에 줄을 섰다. 30여 종의 메뉴 사이에서 방송 속 셰프들의 이름이 적힌 메뉴가 눈길을 끌었다. 전날인 23일 방영된 tvN 예능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 10화에 등장한 음식이었다.

한 고객은 메뉴 포스터를 발견하더니 “방송에 나온 정호영 셰프 음식 먹어봐야겠다”고 말했다. 이성훈 셰프의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를 찾던 고객은 무인 주문기에 메뉴가 보이지 않자 주방에 찾아가 판매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공항 푸드코트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출국 전 허기를 달래는 장소를 넘어 유명 셰프의 음식과 방송 콘텐츠를 직접 경험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외식업과 단체급식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푸드 서비스에서도 외식 수준의 메뉴와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고객이 늘어난 영향이다. 단체급식에서 확산한 셰프·콘텐츠 협업이 공항과 휴게소 등 컨세션 사업장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국내 단체급식업계에서는 이미 콘텐츠를 식음사업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식사 자체뿐 아니라 유명 셰프와 방송 콘텐츠 등을 활용해 고객의 관심을 끌고 식수 인원을 늘리려는 전략이다. CJ프레시웨이는 2024년부터 영화·드라마·예능 등 콘텐츠 IP를 활용한 단체급식 특식 행사를 열어 지금까지 20건 이상의 협업을 이어왔다. 올해 들어서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 tvN 예능 ‘언더커버 셰프’, 모터스포츠 ‘슈퍼레이스’ 등으로 협업 분야를 넓혔다.
실제 콘텐츠 협업은 고객 유입 증가로 이어졌다. ‘왕과 사는 남자’ IP 협업 메뉴를 운영한 사업장의 식수 인원은 전주보다 10.7% 늘었다. ‘언더커버 셰프’ 협업 사업장에서도 식수 인원이 8.8% 증가했다.

이날 고메브릿지에서도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실제 메뉴 선택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준결승전에서 1위를 차지한 황제 황태 해장국을 고르는 고객이 눈에 띄었다. 방송에서 본 음식을 다음날 공항에서 바로 맛볼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단체급식업체가 공항 컨세션 사업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공항을 찾는 여행객이 늘면서 식음 수요가 커진 점도 있다. 인천공항 국제선 여객은 2023년 5576만명에서 2025년 7355만명으로 31.9%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3839만명이 이용해 전년 동기보다 6.3% 늘었다. 인천공항은 올해 상반기 국제선 여객 기준 세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비롯한 공항 이용객이 늘면서 식음 공간의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을 찾은 여행객이 한식을 비롯한 한국 음식을 경험하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식음업체에는 유동 인구가 많은 입지를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여행객이 일부러 찾을 만한 메뉴를 만드는 것이 과제가 됐다.

CJ프레시웨이는 현재 인천공항에서 고메브릿지 4개 매장을 운영하며 약 1500석을 확보하고 있다. 한식·중식·아시안푸드·캐주얼푸드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는 동시에 한국적인 디자인을 접목해 식사와 공간 경험을 함께 제공한다. CJ프레시웨이의 컨세션 사업 매출은 2021~2025년 연평균 25.5%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인천공항 전 매장이 문을 열면서 인천공항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57% 늘었다.
강윤지 기자 yunto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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