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에서 쌀이 주요 곡물로 떠오르는 가운데 한국의 우수한 벼농사 기술이 현지 식량난의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형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전수되는 영농 기술이 쌀 생산단가를 기존 국제기구 사업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낮추면서다. 종자·농기계·관개시설 등 한국 농업 전후방 산업 수출을 크게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2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국의 ‘K라이스벨트’ 사업에 아프리카 국가들의 관심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K라이스벨트는 한국의 쌀 생산·농업 기술을 아프리카에 전수해 현지 쌀 생산량을 늘리는 ODA 사업이다. 이 사업에 참여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벼 종자 생산량은 2023년 2321t에서 2025년 6365t으로 2.7배로 증가했다. 한국이 현지 기후와 토양에 맞는 품종을 선별하고 재배기술과 수자원 관리 방법을 전수한 결과다.
한국 기술이 적용된 농장의 생산성도 현지 평균을 크게 웃돈다. 현재 사업 대상 8개국의 ㏊당 벼 수확량은 평균 2.2t인데 K라이스벨트 사업에서는 4.6t을 기록했다.
특히 우량 종자를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 현지 국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방식을 적용한 종자 생산비용은 t당 445만원으로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유사 사업(1256만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쌀 자급률이 58.3%에 그쳐 연간 60억달러 이상을 쌀 수입에 쓰는 상황에서 뛰어난 비용 경쟁력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높은 ‘가성비’가 입증되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러브콜도 잇따르고 있다. 마다가스카르와 앙골라 등 14개국이 사업 참여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추가 참여를 희망하는 국가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형 농업 ODA가 현지에서 각광 받는 배경에는 중국과의 차별성도 있다. 자국 기업 중심으로 농업 인프라를 건설하는 데 치중해 사후 관리와 유지보수가 취약하다는 비판을 받는 중국과 달리 한국은 영농 기반을 닦고 현지 인력 교육을 병행하는 자립형 모델을 택해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농업 ODA가 신흥시장 수출 교두보로 가시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원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농산업계 관계자는 “농업 ODA는 종자와 농기계 등 국내 전후방 산업의 신흥시장 판로를 개척하는 전략적 투자”라며 “단순 원조를 넘어 산업 연계형 수출 인프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네갈 100㏊ 종자단지 인근에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과 협력해 국산 농기계 서비스센터 두 곳을 구축하고 대동 등 국내 기업 농기계의 유지보수 인력을 양성하며 현지 진출 기반을 다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등 상위 5대 공여국 모두 농업 ODA 확대가 자국 농식품 및 농기계 수출 증가로 직결됐다.
정희원/곽용희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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