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레이와 쌀 소동’으로 불릴 만큼 쌀값이 급등해 한국산까지 수입했던 일본에서 이번에는 쌀이 남아돌면서 정부가 방출했던 비축미를 다시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쌀 부족에 대응한 비축미 방출이 늦었던 데다 이후 증산 정책까지 뒤엉키면서 소비자와 농가 모두가 정책 혼선에 휘둘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농림수산성은 최근 자민당 의원들에게 쌀 수급 상황을 설명하면서 정부 비축미의 재매입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2026년 6월 말 기준 민간 쌀 재고는 사상 최대인 243만t으로, 1년 뒤에는 최대 16%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적정 재고로 여겨지는 180만~200만t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농림수산성은 쌀 공급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낮을 때 비축미를 다시 사들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시중 물량을 줄이는 동시에 급감한 정부 비축량도 정상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적정 비축미 규모는 약 100만t이다. 하지만 지난해 쌀값 급등에 대응해 2025년 3월 말 96만t이던 비축미의 약 60%를 방출했다. 가공용으로 내놓은 물량까지 포함하면 현재 남은 비축미는 32만t 수준으로 줄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2020년산으로, 식용으로 활용하기에는 오래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비축미 방출 시점이 지나치게 늦었다는 점이다. 슈퍼마켓에서 쌀 품귀 현상이 나타난 지 반년 이상 지난 2025년 3월에야 본격적인 방출이 시작됐다. 이후 5㎏에 2000엔 안팎인 저가 비축미가 시중에 풀리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은 줄었지만 상대적으로 비싼 2025년산 햅쌀 판매가 지연돼 민간 재고가 쌓이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생산 정책도 오락가락했다. 이시바 시게루 당시 총리는 지난해 8월 쌀 증산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정권 교체 직후인 10월 스즈키 노리카즈 농림수산상은 다시 ‘수요에 맞춘 생산’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미 농가들이 재배에 들어간 만큼 2026년산 주식용 쌀 생산량은 전년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올해는 지난해와 정반대로 쌀 과잉과 가격 급락이 현실화하고 있다. 7월 규슈산 조생종 쌀 가격은 전년 대비 20~40% 떨어졌다. 미야자키현에서는 현미 60㎏당 가격이 정부 인정 업계단체가 산정한 생산비 2만535엔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내려갔다.
농업계에서는 정부가 비축미 재매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전국농업협동조합중앙회(JA전중)는 현재 쌀 수급에 상당한 여유가 있다며 비축량을 적정 수준으로 회복하기 위한 조기 매입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쌀이 1년에 한 번 생산되는 작물인 만큼 정책 방향을 급격히 바꾸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도쿄대 스즈키 노부히로 특임교수는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정책 혼선에 휘둘렸다”고 평가했다.
장기적으로는 다시 공급 부족이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농가와 농업 인구가 빠르게 줄고 생산 효율화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2030년대에는 수요를 국내 생산이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식량자급률은 칼로리 기준 37%에 불과하다. 현재 쌀은 자급하고 있지만 농가 감소와 생산비 상승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일본산 쌀 공급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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