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도 전서구처럼 느리게…'슬로테크' 메시지 앱 인기

입력 2026-08-25 09:45   수정 2026-08-25 09:49

문자도 전서구처럼 느리게…'슬로테크' 메시지 앱 인기



19세기 주요 통신수단이었던 ‘귀소비둘기’(전서구)가 최근 스마트폰을 통해 부활했다. 메시지를 극도로 느린 속도로 전송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인기를 끌면서다. 전서구뿐 아니라 펭귄, 달팽이 등 동물의 이동속도를 흉내 낸 것으로, 디지털 피로에 지친 이용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4월 출시된 저속 메시징 앱인 ‘캐리어 피지’(편지 나르는 비둘기)는 지난 18일 기준 이용자 7만6000명을 기록했다. 개발자인 노아 이야로비노가 지난 12일 앱을 소개하는 게시글을 올린 이후 이용자가 급증했다. 전송 속도는 전서구 종류에 따라 다르며, 최대 시속 110마일(약 177㎞) 수준이다. 지도에서 새가 목적지를 향해 날아가는 모습을 추적할 수 있다.

비둘기가 길을 잃거나 죽을 가능성을 0.2%로 설정해 현실감을 더했다. 앱 이용자인 올리비아 맥도널드(27)는 “비둘기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재미를 더한다”며 “수많은 문자와 알림을 받으며 무감각해지는 것과 비교하면, 이런 불확실성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고 NYT에 말했다.

비슷한 시기 출시한 ‘루스트’는 이달 들어 다운로드 수가 65만건을 돌파했다. 비둘기뿐 아니라 달팽이, 부엉이, 펭귄 등 1000종이 넘는 동물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흰 이탈리아 달팽이는 시속 1마일(약 시속 1.6㎞)을 조금 넘는 속도로 기어가고, 원앙부엉이는 시속 20마일로 날아가는 등 동물의 실제 속도에 맞춰 메시지가 전달된다.

두 앱 모두 끊임없는 소통의 불편함과 옛 시대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다는 평가다. 『딥 워크』저자인 칼 뉴포트 조지타운대 컴퓨터과학 교수는 “인간의 뇌는 너무 많은 정보가 빠르게 쏟아지면 주의를 전환하는 능력이 과부하된다”며 “캐리어 피지와 루스트 같은 앱이 메시지를 더 신중하게 만들고, 그에 걸맞은 주의를 기울이게 할 수 있다”고 NYT에 설명했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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