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가 출산율 하락에 대응해 자녀 한 명당 5만5000달러(약 7500만원)를 지원하는 저출생 대책을 내놨다. 육아휴직과 주택 지원까지 확대해 출산과 육아를 가로막는 경제적 부담을 정부가 최대한 덜어주겠다는 계획이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는 전날 밤 국경일 연설에서 자녀 지원금과 육아휴직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를 원하는 싱가포르 국민이 보다 쉽게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키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구 600만명 규모의 싱가포르는 심각한 저출생을 겪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7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를 뜻한다. 이민을 제외하고 현재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통상 2.1명으로 본다.
고령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싱가포르는 올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1%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2030년이면 국민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 된다.
정부가 파격적인 각종 지원책을 발표한 이유다. 우선 정부는 자녀 한 명당 17세까지 약 7만싱가포르달러(약 5만5000달러)를 직접 지원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출산 직후 지급되는 1만싱가포르달러와 향후 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1만싱가포르달러가 포함된다.
출산 직후에 집중됐던 지원금을 자녀가 성장하는 동안 나눠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전체 지원 규모도 늘린다. 자녀가 많을수록 육아휴직 혜택을 확대하고,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정부가 더 많이 지원하기로 했다.
주거 지원도 강화한다. 자녀가 있는 가구가 정부 보조를 받는 공공주택을 통해 첫 집을 마련하기 쉽도록 제도를 손질할 예정이다.
다만 싱가포르 정부는 각종 지원책만으로 출산율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뒤 결혼과 출산을 하려는 젊은 층이 늘어난 데다 아예 자녀를 두지 않으려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어서다.
웡 총리는 “가족에 대한 지원을 아무리 확대하더라도 합계출산율이 인구 대체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출생 인구에만 의존하면 시민 인구가 줄고 고령화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늘어나는 고령층을 부양할 젊은 싱가포르인도 줄어들게 된다”고 했다.
결국 부족한 인구를 이민으로 메우겠다는 게 싱가포르 정부의 구상이다. 싱가포르는 그동안 이민을 통해 인구와 노동력을 보충해 왔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싱가포르에서 영주권과 시민권을 새로 얻은 외국인은 꾸준히 늘었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24년 기준 영주권 취득자는 3만5264명, 시민권 취득자는 2만2766명이었다.
다만 이민 확대는 집값 상승과 일자리 경쟁을 우려하는 자국민의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웡 총리는 이민자를 “신중하고 지속 가능한 속도”로 받아들이겠다며 “싱가포르인이 우리나라에서 계속 다수를 차지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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