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 중 혈압이 갑자기 치솟고 산모와 태아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자간전증(임신중독증)' 예방을 위해 산부인과에서 저용량 아스피린이 처방되고 있는 가운데 '언제부터 먹기 시작하느냐'가 중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학술지 '미국산부인과학회지 MFM(American Journal of Obstetrics & Gynecology MFM)' 최신호에 따르면 분당차여성병원 산부인과 이지연 교수 연구팀이 자간전증 중등도 위험 요인을 2개 이상 가진 임신부 2275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저용량 아스피린을 임신 12주 이전부터 복용한 임신부가 12∼20주에 시작한 임신부보다 자간전증과 조산 위험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간전증은 임신 20주 이후 새롭게 고혈압이 생기면서 단백뇨나 장기 기능 이상이 동반되는 임신 합병증으로, 심하면 산모에게 경련과 뇌출혈, 간·신장 손상을 일으킬 수 있고 태아의 성장을 방해하거나 조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현재 미국산부인과학회(ACOG) 등은 자간전증 위험이 높은 임신부에게 하루 75∼150㎎ 정도의 저용량 아스피린 사용을 권고하고 있으며, 임신 12∼28주 사이에 시작하되 가능하면 16주 이전에 복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번 연구가 주목한 것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임신 12주 이전 복용을 시작하면 효과적'이라는 부분이다.
연구팀은 2015∼2025년 분당차병원에서 출산한 임신부 가운데 자간전증 중등도 위험 요인을 2개 이상 갖고 있으면서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한 2275명을 추적 분석했다.
중등도 위험 요인은 첫 임신, 35세 이상 고령 임신, 임신 전 체질량지수(BMI) 30 이상 비만, 어머니나 자매의 자간전증 가족력, 시험관아기 시술(IVF), 이전 임신과의 간격이 10년 이상인 경우 등이다.
연구팀은 저용량 아스피린 100㎎을 임신 12주 이전부터 복용한 1802명과 12∼20주에 시작한 473명으로 나눠 비교했다. 실제 평균 복용 시작 시점은 각각 임신 5.6주와 14.3주였다.
이 결과 임신성 고혈압 발생률은 조기 복용군이 6.1%로, 늦게 복용한 그룹의 24.9%보다 크게 낮았고, 나이와 비만도, 출산 경험, 시험관아기 시술 여부 등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임신성 고혈압 위험은 조기 복용군이 76% 낮았다.
자간전증도 마찬가지였다. 발생률이 12주 이전 복용군에서는 4.2%였지만 12∼20주 복용군에서는 15.6%에 달했다. 여러 변수를 보정한 자간전증 발생 위험은 조기 복용군에서 약 71%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아기에게 미치는 영향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관찰됐다.
신생아중환자실(NICU) 입원율은 조기 복용군 18.8%, 늦은 복용군 31.8%였고, 출생 5분 뒤 신생아의 호흡·심장박동·반응 등을 평가하는 아프가 점수가 7점 미만인 비율도 각각 0.8%, 4.0%였다.
신생아 호흡곤란증후군과 기관지폐이형성증, 동맥관개존증, 미숙아망막병증 등의 합병증 역시 조기 복용군에서 유의미하게 적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아스피린 복용 시점이 중요한 이유는 자간전증이 임신 후반에 갑자기 시작되는 질환이라기보다 임신 초기 태반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이상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태반을 이루는 영양막세포가 자궁벽을 파고들고 혈관이 충분히 넓어져야 태아에게 안정적으로 혈액이 공급되는데, 저용량 아스피린은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고 혈관 확장을 도우면서 태반과 혈관 내피 기능에도 영향을 미치고, 태반 형성이 활발한 임신 초기에 복용할수록 효과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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