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다음달 1일 시작되는 KTX·SRT 통합 운영 계획 보고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KTX는 적자, SRT는 흑자였던 것으로 아는데 요금을 중간이 아니라 SRT 수준까지 내리면 기존 철도 적자가 늘어나지 않겠느냐”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일 KTX와 SRT 운영사인 코레일과 에스알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앞으로 3년간 KTX 노선의 고속철도 운임을 10% 낮춰 SRT 운임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도록 했다. KTX에만 적용하던 5% 마일리지 적립을 SRT에서도 똑같이 해줘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통합 효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했지만, 이 대통령은 “국민에게 (운임이) 싼 철도를 제공하는 측면도 있지만 적자가 누적되면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레일의 올해 상반기 기준 부채 규모는 21조4537억원이다. 에스알도 지난해 12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 전환했다. 통합 후 재무구조 개선이 여의치 않은데 경쟁당국이 운임까지 낮출 것을 기업결합 조건으로 제시해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업계에서도 공정위가 기업결합으로 인한 경쟁 제한 우려가 낮고, 운임 인상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가격 인하를 요구한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독점적 기업이 탄생하더라도 가격 결정권을 빼앗는 조치는 신중해야 한다”며 “가격 동결을 넘어 인하를 강제하는 건 지나친 요구”라고 말했다. 국무회의에 배석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운임 규정을 3년간 적용하게 돼 있는데, 1년 후 공공기관 평가 과정에서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3년 후가 아닌 이르면 내년이라도 운임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고속철도와 철도역이 있는 지역은 싸고 빠르게 이용하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은 시외버스와 고속버스마저 사라지고 있다”며 지역 필수 버스 노선을 유지하기 위한 재정 지원 방안 등 대책 마련도 지시했다.
한재영/박종관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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