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객들과 소통했는데 '전동화'를 원하지도 않는다."
닐 휴즈 애스턴마틴 제품 총괄은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애스턴마틴 서울에서 '전동화 출시 계획'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그는 "고객들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원하지 않고, 저희도 아직은 이르다고 판단한다"며 "시장을 봐도 저희 섹터에서는 전동화가 아닌 쪽에 수요가 높다"고 했다.
이날 애스턴마틴은 한국에 투입할 차량 3종을 공개했는데, 모두 성능이 더 강화된 순수 내연기관차였다. 애스턴마틴은 2022년 올해까지 모든 신차 라인에 전동화 파워트레인 선택지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에이드리언 홀마크 애스턴마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순수 전기차 모델 출시를 2030년으로 미뤘다. 전동화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전동화 속도를 늦추고 되레 내연기관 전략을 강화한 것이다.

애스턴마틴뿐 아니라 포르쉐 등 고성능 럭셔리 브랜드부터 페라리, 람보르기니 같은 슈퍼카 브랜드에서도 유사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슈테판 빙켈만 람보르기니 CEO도 최근 이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카스쿱스 등 외신에 따르면 빙켈만 CEO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전기차에 전적으로 집중하는 것은 '비싼 취미'가 될 수 있다"며 "람보르기니 고객층 사이에서 무공해 기술에 대한 수용률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했다. 스타일과 성능, 엔진 소리 등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람보르기니의 특유 감성을 전기차가 재현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비교적 전동화 속도가 빨랐던 포르쉐도 전기차 판매량이 줄었다. 포르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6% 감소한 12만2306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순수전기차 비중은 19.4%로, 지난해 상반기 23.5%에서 4.1%포인트 줄었다.
포르쉐는 타이칸, 마칸 일렉트릭, 카이엔 일렉트릭 등 전동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초고성능 브랜드다. 특히 타이칸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5% 감소한 6219대를 기록했다. 마칸 역시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는데, 마칸 일렉트릭 판매량 감소가 큰 영향을 미쳤다. 페라리는 최근 전기차 '루체'를 공개했지만, 기존 디자인과는 크게 달라진 외관으로 혹평을 듣기도 했다.
이는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를 포함한 총 전기차 판매량 중 순수 전기차 비중이 65%로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의 강점인 빠른 반응 속도 등이 오랜 역사를 지닌 고성능 럭셔리 브랜드에서는 장점으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며 "되레 전동화를 거치면서 겪는 변화로 인해 이들이 가진 고유의 감성이나 헤리티지마저 기존 소비자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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