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8개 전업 카드사(삼성·신한·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비씨)가 신용점수 900점 초과 고객에게 적용한 카드론 금리는 작년 7월 연 10.99%에서 지난달 연 12.29%로 1.3%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700점 이하 저신용자 카드론 평균 금리는 연 17.49%에서 연 17.45%로 0.04%포인트 떨어졌다.
통상 대출금리는 신용 리스크와 비례해 결정된다. 고신용자는 떼일 위험이 작아 대출금리가 낮고, 반대로 신용도가 낮으면 대출금리가 높아진다. 시장금리와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할 때도 고신용자보다 저신용자 금리가 더 빠르게 오른다.전문가들은 국내에서 기현상이 빚어지는 원인으로 대출 규제를 꼽는다.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에 맞추기 위해 금융회사들이 전체 대출 공급을 제한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공급은 늘릴 것을 유도한 영향이란 분석이다.
이미 신용도가 높은 차주의 대출금리가 저신용자를 웃도는 금리 역전 현상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신한은행에서 가계대출을 받은 신용점수 600점 이하 고객의 평균 금리는 연 7.28%로, 601~650점 차입자(연 7.45%)보다 적은 이자를 부담했다. 우리은행에선 600점 이하 차입자 금리(연 5.87%)가 651~700점과 같았고 601~650점(연 6.33%)보다는 낮았다. 국민은행은 600점 이하 차입자에게 601~650점(연 6.12%)뿐만 아니라 651~700점(연 5.69%)보다도 낮은 금리(연 5.59%)를 적용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2금융권 관계자들을 소집해 이달부터 취급하는 중금리대출은 가계대출 총량 대상에서 전부 제외해 별도 관리하도록 했다. 은행권도 민간중금리대출의 총량 제외 비율을 기존 30%에서 50%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금리대출과 집단대출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을 추가로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은 극히 제한적”이라며 “은행들도 당분간 대출 억제 조치를 유지하자는 분위기여서 고신용자와 저신용자의 금리 역전 현상은 더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시장 통제로 신용 시스템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는 만큼 대출 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장 중요한 축인 신용평가 체계가 흔들리면 한정된 재원이 비효율적으로 공급되고,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며 “단순한 총량 규제로 공급을 억제하거나 일부 풀어주는 것에 그치지 말고 대안 신용평가나 보증 및 손실 분담 체계 등을 반영한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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